인삼은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다. 생육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기상 요인은 햇빛과 기온이다.
고려인삼의 주요 생산지는 우리나라 전역과 중국 동북 3성 지역으로, 적절한 토양과 입지 조건만 갖춰진다면 우리나라 어디서든 재배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적합한 재배조건이 갖춰져 있더라도, 안정적인 품질의 인삼을 지속해서 생산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 안정적으로 인삼을 재배하려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현대적이고 기상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과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최근 빈발하는 고온으로 현재 사용 중인 해가림시설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해가림시설은 우리나라 기후에 맞춰 오랜 시간 동안 개량돼왔지만, 여름철 고온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해가림 내부의 온도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인삼도 능동적인 온도 관리가 가능한 시설재배를 고려해야 할 때다. 하지만 ‘시설재배’라는 개념은 여전히 인삼 수경재배나 새싹삼 재배처럼 일부 특수한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다행히 시설비가 많이 드는 폐쇄형 수경재배시설보다 비용은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2020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에서 개발한 이중구조하우스는 기존의 직조필름 하우스 상부에 30㎝ 간격으로 이중직 차광망을 추가 설치해, 하우스 내부 온도에 반응해 창이 자동으로 개폐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온도와 수광량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기존 단동하우스보다 내부 기온을 평균 3℃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인삼이 비를 맞지 않아 병해충 발생률은 줄이면서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중구조하우스는 노동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다른 작물에서 상용화된 자동관수, 비료 공급, 방제 등의 스마트팜 기술 도입이 가능해 효율적으로 인삼을 재배할 수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는 이중구조하우스의 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연작장해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삼 재배 스마트팜시설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수백년간 지속돼온 인삼 해가림 재배를 이중구조하우스와 스마트팜의 형태로 전환한다면 우리 인삼산업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