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페트병 넣으면 10원 돌려받기"... 역발상으로 일군 성공기업가

2024-10-18

김정빈 수퍼빈 대표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쓰레기도 돈이 된다. 아니 문화가 된다. 페트병을 모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 수퍼빈이 증명한다. 수퍼빈은 쓰레기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자원순환 스타트업이다. 리더 김정빈 대표가 수퍼빈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수퍼빈을 ‘로봇공학과 디자인이라는 두 개의 무기로 폐기물과 전쟁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소개한다. NGO저널이 분당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 쓰레기 재활용과 환경, 인류 공생의 문제 등 평소 소신 이야기를 들었다.

- 반갑습니다. 아재세대라 그런 건지...저는 수퍼빈 사명을 듣자마자 수퍼맨부터 생각납니다만. (농담입니다) 우선 독자들을 위해 수퍼빈이 어떤 회사인지 소개부터 해주시죠.

"하하. 저도 무엇이든 척척 해결해내는 수퍼맨이 되고 싶긴 합니다. 우선 수퍼빈 소개해드리면요, 수퍼빈은 세계 최초로 재활용품의 수집선별부터 유통 그리고 재생소재까지 생산하는 전 밸류체인(사업단계)를 통합한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재활용품 수집은 네프론이라는 순환자원무인회수기를 활용하는데요, (※ 수퍼빈의 자랑 ‘네프론’은 분리수거 인공지능(AI) 로봇이다. 네프론의 안내에 따라 생수병이나 알루미늄 캔 등을 넣으면 이미지와 각각을 식별해 개당 10원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포인트는 일정 금액이 넘으면 현금화할 수 있다.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을 비롯해 우유팩·배달용기 뚜껑까지 인식해 분리수거한다.)

현재 전국에 1500대 가량 보급해서 운영 중이에요. 또 아이엠팩토리라는 재생소재 생산 공장을 직접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엠팩토리 화성 공장은 저희 회사의 큰 자랑이기도 해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iF와 RedDot에서 브랜딩과 건축가 부문을 수상할 만큼 기능뿐 아니라 외관에서도 인정받아 뿌듯합니다."

- 재활용품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 개척을 하신 셈이군요.

"네, 그런 결과를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특히, 이런 순환경제 기반의 재활용 사업을 만들어오는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이용해 시민들이 재활용품을 마치 상품처럼 시장에서 팔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시장을 만들었죠.

다행히 투자자들로부터 이런 재활용에 대한 새로운 사업적 접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아 2015년 창업 이후 2024년 현재까지 약4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았고, 매월 약 700톤 규모의 재활용품을 수집하여 소재화하면서 매출 약 200억 원에 임직원 17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임직원 모두가 파이오니아의 심정으로 함께 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듣기론 관련해서 상도 타셨다고요?

"정말 운 좋게도 저희의 노력을 국내외적으로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국내 대통령표창 1호 소셜벤처라는 명예를 얻었고 재활용에 대한 수퍼빈의 접근을 혁신 사례로 긍정 평가해주셔서 2022년 노벨환경상이라고 불리우는 영국의 Earthshot Prize의 최종 후보로 올랐습니다.

쑥스럽게도 대한민국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또 2024년 올해 로이터에서 수여하는 지속가능사업 최종 후보에도 올랐어요. 곧 발표가 날 텐데 결과야 어떻든 세계로부터도 인정받았다는 뜻이니 보람이 큽니다. 수퍼빈이 자랑하는 슬로건이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에요. 이런 새로운 재활용 문화를 만들어가는 선두 기업으로서 보람과 책임감으로 계속 앞만 보고 뛸 생각입니다."

- 수퍼빈의 역사가 채 10년도 안 되잖아요. 짧은 기간 안에 이룬 성과가 무척 커 보입니다. 그런데 쓰레기가 돈이 된다는 생각, 쓰레기 재활용 사업을 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밤낮없이 고민하고 뛰어야했어요. 때로는 수퍼맨처럼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수퍼맨이 되어야 했고요.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습니다. 하하. 음...쓰레기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계기라면 호기심의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평소에 분리배출을 하고, 분리배출을 한 재활용품은 폐기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가 평소에 분리배출을 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받아본 적이 없죠. 호기심에 그 분리배출에 대한 보상을 해주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네프론’이라는 자판기 형태의 무인자원회수기를 개발해 보급하고 직접 운영하면서 재활용품을 투입하는 이용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기 시작했지요."

-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네프론을 보급하고 설치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주변에 수많은 분리배출 쓰레기통이 있는데, 왜 굳이 비싼 네프론을 어렵게 설치하고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었어요. 네프론을 활용하려면 전기나 통신공사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분리배출 쓰레기통에 재활용품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네프론에 재활용품을 넣으며 “즐기는“ 행위를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재활용에 참여하는 행위를 어떻게 설계하는 가에 따라 우리가 재활용과 쓰레기를 대하는 여러 관점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재활용품을 넣고 즐긴다는 발상이 신선하네요.

"발상을 바꿔보면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어쨌든 쓰레기, 정확히 말하면 재활용이죠. 이 재활용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설계한 후에 이런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픔과 서비스를 구체화했던 거예요. 네프론에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핀테크 기술 등을 적용해서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페트병, 알루미늄 캔 등 재활용품을 사용자들에게 구매하고 보상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현재 월 약 2.4억 정도의 현금을 사용자들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저희 네프론을 사용해 본 사용자들은 이제 길거리에서 보는 페트병 등이 돈으로 보인다고 해요. 하하. 또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네프론 사용을 하나의 생태전환교육 내용으로 구성해서 교육 컨텐츠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커뮤니코와 함께 구성한 이러한 교육 컨텐츠는 학생들에게 재활용 참여가 놀이가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 사업 하면서 '그깟 쓰레기 재활용으로 돈을 얼마나 벌겠어' 이런 종류의 편견과도 싸워야했을 것 같습니다.

"말도 마세요. 환경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잖아요. 이런 특징 때문에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죠. 제가 겪었던 일들은 앞으로 후배 환경사업가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이기도 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재활용 사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오롯이 하고 싶은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해서 사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이런 상황 때문에 아마도 기존의 다른 재활용업체나 시장에서 수퍼빈이 과연 규제 기반에서 얼마나 자율적으로 민간시장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4~5년 전 저희가 사업을 하고 있을 때 시장에서의 어떤 분은 수퍼빈이 월 300톤 페트병을 수집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언급하신 분이 계셨다고 해요.

아마도 시장의 규제나 구조상 그 정도가 한계라고 파악했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지금 현재 저희는 매월 600톤 이상의 페트병을 수집하고 있어요. 연말에는 800톤까지 가능할 것으로 봐요. 남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는 건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감사하고 또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 그렇군요. 규제산업의 특성상 정부 등과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겠네요.

"맞아요. 규제산업 특성상 정부와 제도에 대해 협력과 변화가 필요하죠. 사실 이 부분이 작은 회사들이 해내기에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페트병으로 플레이크라는 재생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흔히 님비시설이라고 하는 폐기물 인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런데 이런 인허가 회득이 너무 어렵다 보니 이미 인허가를 받은 공장 인수에 나서게 되죠. 이미 인허가를 받은 공장이 매물로 나오면 그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을 정도에요.

수퍼빈의 경우 투자사들은 과연 이런 규제나 인허가의 문턱을 잘 넘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당연히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도 작용한다는 생각이에요. 실제로 사업에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물론 재활용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고민하면서 사업을 만들어 오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순환경제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수퍼빈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 수퍼빈은 기술로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든다는 모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김 대표님은 사회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 것 같은데요, 환경문제도 포함되겠지만 특별히 관심 갖고 있는 사회분야가 있습니까?

"저는 우리 인류와 함께 지구생태계에 공생하는 다른 모든 생명들과 공생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혹자들은 오지랖이 넓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런 저런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죠. 하하. 동물권행동 카라의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5~6개 동물단체들에도 주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재활용공장 아이엠팩토리 화성에 유기견 임시보호소, 두부아이놀이터를 라이프라는 동물단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두부아이놀이터는 저희 수퍼빈이 사무실에서 돌보던 유기견 2마리의 이름이에요. 이제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 두 강아지의 이름(두부 그리고 아이)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 동물에 애정이 많으시군요. 그래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중 크시겠죠.

"사실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면은 있어요. 음...기존에 환경이라고 하면 5대 매체를 의미합니다. 대기, 수질, 해양, 토양, 폐기물 말이에요. 하지만 기후위기 그리고 넷제로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이제 환경이라고 하면 우리 문명 전체를 의미한다고 봐야죠.

먹고 입고 소비하는 모든 것, 움직이고 활동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환경을 어떻게 돌려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산업혁명 이후 만들어져 온 현재의 우리 문명이 어떻게 전환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을 평소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인류가 어떻게 다른 생명들과 이 지구 생태계를 공유하며 함께 공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죠. 제가 폐기물과 재활용 사업을 하는 이유도 우리 인간이 쓰고 버리는 많은 폐기물이 다른 생태계를 교란하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제가 함께 사는 반려견들이 가는 분당 모 동물병원 화장실에 크게 공감되는 문구가 있어요. “능력이 닿는 한 모든 생명체를 도와준다는 충동에 순응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해치는 행동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때에만 인간은 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저는 이 말의 가치를 크게 믿습니다."

- 자원 재활용 사업 특성상 여러 사람, 단체, 기관, 정부와의 갈등 조정이 필수 덕목일 것 같은데,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세계도 봐도 그렇고 한국만 해도 이념 간 정치진영 간 갈등이 폭발하고 있잖습니까.

"참 걱정되는 모습들이죠. 제가 생각하는 갈등 조정의 해법은 먼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봐요. 다시 말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관점과 의견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런 다름에 의한 갈등을 문제라고 인식하지는 않습니다. 다름은 다양성의 다른 표현이고, 다양성의 힘을 가지려면 다름의 갈등을 안고 갈 수 있어야 하니까요. 즉, 감당 가능한 갈등의 총량만큼 다양성의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기관과의 이해관계를 맞이해봤지만 모든 경우에서 다 설득하고 다 갈등이 조정되지 않아요. 결국은 서로 다름이 크게 벌어져 있어 서로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 서로간의 갈등과 긴장을 가지고 함께 협업하고 또 함께 일을 도모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았는데, 결국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향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는 과정이 다름은 수용이 가능해요. 즉, 지향점이 같은 경우는 서로 다른 방법론 속에서 절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고 또 그것이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크게 다르다면 그 과정이 서로에게 수용되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그러면 용기있는 결별과 또 서로의 옮음을 증명하기 위한 경쟁 과정이 불가피해져요.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나 사회위기는 그 이해관계자들이 지향하는 그 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현재 효용이냐 미래 가치냐, 돈이냐 아니면 공동체의 안정감이냐 등과 같이 이렇게 지향점이 다른 경우 지향점이 합의되도록 논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결국 서로 간의 갈등과 경쟁 속에서 더 바람직한 지향점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또 바래야지요. 물론 아쉽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인류도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 아닐까요?"

- 스타트업을 하기 전 철강회사 CEO를 역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철강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신 건가요? 셀러리맨 성공스토리인건지 그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사전조사를 많이 하셨네요. 하하. 첫 직장생활을 삼성화재 대리로 시작했어요.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정치행정 석사를 하고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죠. 미국에서도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졸업 당시 아내가 임신을 했고, 아이 출산을 한국에서 하기 위해 귀국하게 됐고 삼성화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그곳에서 컨설팅이라는 산업을 알게 되면서 컨설팅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됩니다. 이후 국내 로컬 컨설팅회사와 외국계 컨실팅회사를 다니면서 기획을 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론을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다 이야기하자면 스토리가 긴데요, 어쨌든 이직 과정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코스틸이라는 철강회사의 지주회사로 이직하게 되었고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코스틸 위기 때 구조조정과 사업의 턴어라운드 등 역할 수행을 위해 대표이사 겸 지주회사 코스틸 홀딩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습니다. 2~3년 동안 성공적으로 역할을 끝낸 뒤 저만의 사업을 위해 스타트업계로 뛰어들어 지금의 수퍼빈을 창업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 어떻게 보면 삶이 도전의 연속이었겠어요. 다시 쓰레기재활용 문제로 이야기를 돌려볼게요. 우리나라 자원재활용 수준을 평가한다면 대표님은 몇 점이나 주실는지 궁금합니다. 또 현재 세계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평소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거나 자신만의 해법 같은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음...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자원 재활용 수준을 전체로 평가하면 좀 오류가 있을 것 같아요. 시민들의 참여와 열의는 100점 만점에 99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분리배출과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우리의 철저한 자세를 보면 정말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재활용이나 폐기물 산업과 관련 정부나 제도 측면에서 평가를 한다면 이야기가 또 다릅니다.

우선 재활용 산업에서, 우리나라 재활용 산업을 순환경제와 탄소중립 시대에 직면한 지금 현 시점에서 평가한다면 변화와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봐요. 아마도 그 동안 정부가 설계한 분리배출제도라는 혜택 속에서 지속적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재활용이라는 개념은 선형경제의 재활용 개념과 순환경제에서의 재활용 개념과 다르게 적용이 되고 있는데요, 즉 같은 자동차라는 단어를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가 다르게 쓰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순환경제의 재활용은 실제로 산업이 신재(Virgin)를 대체하거나 신재와 섞어서 쓸 수 있는 수준의 산업적 규격에 부합되는 재생소재 생산을 의미합니다. 그에 반해서 선형경제의 재활용은 신재보다 품질이 낮아서 저품질이 허용되는 제한된 영역에 사용되는 소재였고요.

지금 순환경제를 받아들이는 선진국은 산업이 재생소재의 산업적 규격을 정하고, 이걸 의무적용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어요. 즉 재생원료(재활용품)로 만들어지는 재생소재는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재활용 산업 관련 공청회를 가보면 과거 재활용업체들이 현재 우리나라 재활용 잘한다, 국민 홍보활동이나 더 잘해라, 그리고 보조금을 더 증액해달라는 수준입니다. 산업이 어떤 재생원료로 어떤 스펙의 재생소재를 요구하는지 관심도 많지 않고 그런 논의가 발전되기도 어려운 상황인 거죠.

여기에서 정부나 제도권도 기존 오래된 전통 재활용 산업의 생존을 함께 고민하면서 새로운 순환경제를 제도화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서 고민만 커지고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는 모습이에요.

사실 우리 사회가 가진 재활용에 대한 시민의식과 참여는 대단한 자산입니다. 이 자산을 사회적 임팩트가 커지도록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재활용산업의 부재와 정부, 제도의 주저함이 많이 아쉬워요. 수퍼빈은 이런 순환경제의 모멘텀을 사업으로 증명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환경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정부나 NGO단체에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환경은 기본적으로 공공재화에요. 공기, 물, 천연자원, 전기 등과 같은 공공재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도화되는 산업화 사회에서 이런 공공재에 대한 정부의 섬세한 조정 능력이 약화되고 있고 시의적절한 개입의 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봐요. 아마도 기업과 산업 등 민간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더 정교하게 발전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와 시민들이 정부에 규제 강화와 간섭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사회와 산업이 변화하는 속도를 정부와 제도가 따라오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만드는 많은 제도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제도의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선까지가 정부의 역할이라고 봐요. 정부의 개입에도 일정한 선이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제도적 범위 내에서 정부가 하던 적지 않은 역할을 이제는 NGO, 소셜벤처, 사회적기업들이 대신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조직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쪽의 극단과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 사이에 중요한 교각 역할과 완충역할을 해내는 주체들이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산업보다 더 산업을 잘 이해하고, 정부보다 제도를 더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선 매우 정교해야 하고 실천적이어야 하죠. 다시 말해 그 역할에 관여된 NGO나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의 주체들이 더 많이 공부해 산업과 정부를 향해 Thought leadership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에요. 산업과 정부에 대한 감시의 역할을 한다는 것만으로 인정받고 존중 받던 시기는 많이 지났다고 봐요. 더 큰 공부와 더 큰 철학 그리고 이를 실천해 내는 NGO를 많이 보고 싶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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