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근식 "교원 정치기본권 위축에 헌법교육 공백…'퇴근 후 의사 표현'이라도 보장해야"

2025-12-29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취임 첫해 12·3 비상계엄을 겪고 1년을 보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계엄은 학생·학부모의 안전 불안을 키웠고, 유튜브·SNS의 가짜뉴스·과장 정보 확산으로 혐오와 극단주의가 학교로 스며들 위험을 키웠다"라고 진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후 헌법교육·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다양한 관점을 토론하며 혐오·가짜뉴스를 비판적으로 걸러내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헌법은 법전 속 조항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존엄을 지키는 살아 있는 약속"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전제돼야 논쟁적 이슈를 교실에서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교육감은 "징계 관행 속 침묵이 굳어지면 헌법·민주주의·참정권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공백이 생기고,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토대가 약해진다"며 퇴근 이후 학교 밖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교육정책 의견 개진은 길을 터줘야 한다고 봤다.

다만 "정치기본권 확대가 곧 정치 편향을 뜻하진 않는다"며 중립성 강화도 함께 주문했다.

다음은 정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12·3 비상계엄 이후 1년을 보냈다. 계엄 당일을 회고한다면.

▲계엄 선포 자막을 처음 봤을 때 헌정 질서나 정국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교실의 아이들이었다. "학교만큼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교육청은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 도심 집회 지역과 통학 경로를 점검했고, 학교장들에게 등·하교 지도와 상황 보고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자체·경찰과 협력해 통학로 안전대책과 돌발 상황 안내 체계도 보완했다.

-계엄으로 교육현장은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보나.

▲학교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긴장된 장면이 반복 노출되며 일부 학생은 두려움·분노·혼란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또 계엄 관련 정보가 유튜브·SNS로 급속히 확산되며 가짜뉴스가 그대로 유입될 위험도 커졌다. 그래서 교육청은 헌법교육·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다양한 관점을 토론하며 가짜뉴스를 비판적으로 걸러내는 역량을 수업 속에서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헌법교육·민주시민교육이 초·중·고 단계부터 꼭 필요할까.

▲학생들도 SNS로 정치·사회 현안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복잡한 현실을 사실에 기반해 해석하고, 자신의 언어로 말할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헌법교육이고, 이를 삶과 연결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사실과 논리에 근거해 토론하는 경험이 반복될 때 혐오·가짜뉴스·극단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시민 역량이 자란다.

-'혐중시위' 등 혐오가 교육현장까지 침범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헌법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가치의 최소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주입식·교화의 폐단은 경계해야 한다. 학생들이 심의민주주의의 과정, 즉 합의를 만들어가는 절차를 토론과 성찰로 체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혐오·차별, 반인권적 주장까지 수용될 수는 없음은 물론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학생을 혐오와 편견으로부터 보호하는데 헌법교육·민주시민교육은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헌법교육·민주시민교육을 위해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교원도 시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을 누려야 한다. 현행 제도와 징계 관행 속에서 교원은 침묵하게 되고, 교실에서도 헌법·민주주의·참정권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공백이 생긴다. 만 16세 이상 정당 가입, 만 18세 이상 출마가 가능한데 교원은 표현의 자유와 정당 가입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 상태다. 최소한 퇴근 이후 학교 밖에서 정치적 의사표현,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 정당에 교육 관련 의견 전달, 필요시 정당 가입 정도는 보장돼야 한다.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시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

▲정치기본권 보장이 곧 교실의 정치 편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립성은 더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교육청 토론모형은 교사가 입장을 주입하지 않고 논쟁적 이슈를 숨기지 않으며 학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돕는 원칙을 담고 있다. 수업 중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 등 사안이 발생하면 사실관계 확인 후 특별장학·감사 등 절차로 조치할 수 있다.

-2026년 새해 서울 교육 공동체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기쁨과 평안이 가득한 2026년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저는 서울 교육 공동체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더욱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

jane9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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