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은 퇴직연금 투자 잘 했을까? ‘퇴직연금 고수’ 비법 들어보니

2025-11-28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서 김낙수 부장(배우 류승룡)이 희망 퇴직서를 낼 때 인사팀장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회사를 나가서도 월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 그리고 퇴직금 이외의 목돈도 미리 준비해놓으라”고 합니다.

‘회사를 나가서도 월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가 뭘까요. ‘건물주’가 되는 게 아닌 이상, 그건 바로 퇴직연금이 될 수 있습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최근에는 퇴직연금 운용 트렌드가 저축에서 ‘투자’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드는 궁금증. 이른바 ‘퇴직연금 고수’는 누구이고, 어떻게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일까요?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백서Ⅱ-연금 고수의 투자 포트폴리오 살펴보기’ 자료를 보면서 퇴직연금 고수의 투자 노하우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일단 ‘고수’라고 부를 만한 투자자 그룹을 정해야겠지요.

금감원은 은행·증권·보험 등 권역별 대표 금융사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하면서 적립금 잔고가 1000만원 이상인 확정기여(DC)형 가입자를 선별한 뒤, 이들을 다시 5개 연령대로 나눠 수익률 상위 100명씩을 뽑아 총 1500명을 퇴직연금 고수 그룹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들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진짜 ‘고수’라고 부를 만 합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8.8%,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6.1%로, 가입자 평균(1년 4.2%, 3년 4.6%) 수익률보다 적게는 3.5배, 많게는 9.2배까지 높았습니다.

고수들도 연령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났는데요.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연령대는 40대로, 최근 1년간 수익률이 50.8%에 달했습니다. 이어 50대(49.6%), 30대(44.7%), 60대 이상(24.9%), 30대 미만(13.5%) 순이었습니다.

3년간 연평균 수익률도 40대(21.3%)가 가장 높았고, 나머지 연령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금감원은 “30대 미만의 경우 투자 경험이 짧은 사회 초년생들로 구성돼 있고, 이미 은퇴했거나 앞두고 있는 60대 이상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향후 현금 흐름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역별로는 대체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증권 권역 고수들이 18.9%(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 기준)로 가장 높았네요.

이젠 고수들이 자산 구성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포트폴리오 등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기본적으로 고수 그룹의 모든 연령대에서 펀드와 채권 등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중이 79.5%에 달했습니다.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40대의 경우 이 비중이 83.6%였습니다.

고수들이 보유한 펀드 유형을 자세히 보면 주식형 비중이 70.1%로 압도적이고 혼합채권형(9.0%), 재간접형(7.7%), 파생상품형(6.8%)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혼합채권형 펀드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이유는 퇴직급여법상 위험자산 투자 한도(70%)를 준수하면서 주식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려는 전략으로 추정된다고 금감원은 분석했습니다.

고수들은 상대적으로 국내 펀드(61.6%) 투자를 선호했습니다.

가장 투자자 수도 많고 연 수익률도 높은 분야는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었던 조선·방산·원자력 등 테마형 상품이었습니다. 증권주 등도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해외 펀드의 경우 미국 빅테크 주식 관련 펀드를 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퇴직연금 고수들은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극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데다, 생계로 바쁜 직장인들이 고수들처럼 퇴직연금 운용을 적극적으로 하기엔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추천하는 방법은 특정 종목을 개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여러 종목을 묶어놓고 지수를 따라가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대안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고수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펀드 상위 10개 중 8개가 ETF형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7개가 주식형 ETF였죠.

금감원은 “현재 80% 이상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소중한 퇴직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보다는 능동적으로 적립금을 운영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금융 전문가인 금융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춰 사전에 지정하기만 하면 적립금의 일정액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해주는 ‘디폴트옵션’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100세 시대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고수들의 투자 노하우를 참고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더 윤택하고 풍요로운 노후 생활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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