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죠. 바람난 남편에게 버려지고, 어린 3남매는 나만 바라보고 있고, 믿었던 이에게 수천만원 사기까지 당해 빚더미에 나앉았으니….
사람들은 그걸 불행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알아요. 그 어둠이 없었다면, 지금 이 반짝반짝 빛나는 런웨이에 서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요.
80대에도 40대 같은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파운데이션은 뭐 발라요?
하얀 피부 비결 좀 알려주세요.
하루 운동은 몇시간 하세요?
다 말해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전부가 아니에요. 진짜 비결은 그런 시시한 루틴이 아니죠.
중년의 나이에, 모든 걸 잃고 벼랑 끝에 섰던 이 여자는 산수(傘壽·80세)가 넘은 지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산다.
2024년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본선 무대에서 손녀딸뻘 젊은 모델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 최순화(83) 시니어 모델의 이야기다. 이 대회 참가 조건에서 ‘연령 제한’(28세 이하)이 폐지된 첫해에 역대 최고령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가 늙어가야 할 지향점’
‘새로운 미(美)의 기준’
CNN, BBC 등 외신도 주목하는 백발의 할머니. 그는 타고난 몸매 덕을 봤을까? 천운이 따랐을까?
모두 아니다. 〈100세의 행복2〉 이번 화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자신을 지탱해 왔던 세상이 무너져본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다시 쌓아 올린 삶’에 대한 이야기다.
최순화는 환갑이 넘어 수천만 원의 사기를 당해 빚쟁이에게 쫓겼다. 4년을 꼬박 집에도 못 가고 24시간 요양병원에서 일했다. 하루 일당 4만원 남짓,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중환자만 돌봤다. 손목 인대가 나가고 무릎 관절에 무리가 왔다. 우울증까지 온 그에게 죽음은 멀지 않아 보였다.

“모델 한번 해봐요.”
돌보던 환자가 스쳐 지나가듯 건넨 말이었다. ‘이 나이에 무슨…’이란 회의감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시니어 모델’이란 말도 생소하던 시절, 귀신에 홀린 듯 72세 나이에 모델 학원에 등록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제라도 안 먹던 걸 갑자기 털어 넣으면 더 아파지듯, 안 하던 걸 하다 보니 탈이 났다. 70년 넘게 굳어버린 말린 어깨, 구부정한 등…. 20대의 말랑한 몸과 비교하면 좌절의 연속이었다.
사고는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대회에 나가기 한 달 전에 벌어졌다.
등산하다가 그만 미끄러져 팔꿈치 뼈가 똑 부러졌다. 철심 6개를 박았다. 의사는 깁스를 뺄 수 없다며 대회 출전을 말렸다. ‘어떻게 온 기회인데….’ 최순화는 멈출 수 없었다.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 취재진에게 뼈를 빨리 붙이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계속)


‘170㎝, 51㎏’
현재 최순화의 키와 몸무게다. 웬만한 20대 걸그룹 뺨치는 몸매다. 태어날 때부터 마른 체질이었나? 아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의 산물이었다. 자타 공인 지독한 ‘빵순이’이던 그는 모델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빵을 딱 끊었다. 그는 살찌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하루 세 끼를 모두 챙기고 있다.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긴 다이어트 식단을 소개한다.
에필로그: 40대 같은 80대
‘40대 같은 80대를 찾아라.’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던 특명은 최순화를 만난 순간 해소됐습니다. 마른 체질로 타고나지도 않았는데 노력으로 40대, 아니 20대 걸그룹 몸매를 유지하다니요. 엉덩이가 가벼워서 말하다가도 벌떡 일어나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취재진에게 선보이는 모습마저도,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소녀처럼 귀여우셨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피부에는 여느 80대 할머니에게 흔한 모공과 잡티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드마크인 백발의 숱은 30대 취재진보다 더 풍성했습니다. 비결이 뭘까 궁금해서 그의 화장대부터 가장 먼저 털었습니다. 세안에 비밀이 있지 않을까. 화장실 안도 샅샅이 수색했죠. 생각보다 단출해서 놀랐습니다. 비법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습니다.
거실 거울 앞에 서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자신을 향해 환한 미소를 던지는 그녀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환한 웃음이었죠. ‘내 인생 다 끝났다’, ‘내 나이에 무슨’이란 생각에 빠져 무기력하다고요? 환갑의 나이에 가진 걸 모두 잃어버린 여성은 절대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불행을 한 사람이 다 겪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혹했던 운명 앞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원천을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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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51㎏’ 걸그룹 몸매였다…미인대회 뜬 82세 할머니 사연

100세 시대를 위한 가장 지적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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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jeong.saehee@joongang.co.kr), 김서원(kim.seowon@joongang.co.kr), 서지원(seo.jiwon2@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