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정상 관심사 통해 회담 분위기 주도
이재명 대통령이 첫 정상외교 무대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상대국 정상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맞춤형 대화를 시도하며 외교 데뷔전을 치러 눈길을 끌었다. 소년공 시절 이야기, 인권변호사 경력, 민주화 경험 등을 언급한 대화는 회담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를 활용해 격의 없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며 “예컨대 브라질 정상과는 유사한 유년기 성장기의 경험을 토대로 대화를 이끌어 갔고, 또 인도 정상과도 어려운 처지에서 정치를 이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를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민주화 역정에 대한 공감대를 소재로 얘기를 시작했고 멕시코 정상과는 서민 공감 정치를 하는 데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뤄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스타머 총리가 자신과 같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언급하며 회담을 시작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소년공으로 유사하게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을 토대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이 대통령은 과거 소년공으로 일하며 팔을 다쳤던 일화를 이야기했고, 룰라 대통령은 “몇살 때 일이냐”라고 물으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도 어린 시절 선반공으로 일하다 왼쪽 새끼손가락을 잃은 아픔이 있다.
전날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만나서는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얘기하기도 했다. 라마포사 대통령과는 한국과 남아공의 민주화 경험, 최근 계엄 사태에서 이어진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 과정에 대해서도 대화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첫 정상외교 무대에서 보여준 외교 스타일에 대해 “아주 얘기를 잘 풀어나가기 때문에 대체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어떤 이슈를 논할 때도 가벼운 분위기에서 대화하는 상황이 자주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우리가 정상외교를 추진해 나가기가 쉽겠다, 잘 추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캘거리=박영준 기자, 박지원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