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 중 발생하는 염증을 줄이기 위해 '혈액정화요법'의 가능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양정훈·고령은 중환자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염증성 물질과 내독소(endotoxin)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혈액정화요법을 에크모 치료와 병합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겨 전신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심장과 폐 대신 체외에서 혈액을 순환시키며 산소를 공급하는 첨단 장비다. 코로나19는 물론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호흡기질환이 크게 유행할 때마다 바이러스 감염 후유증으로 중증 폐부전에 걸린 환자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약물이 듣지 않는 심인성 쇼크 등의 위급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그러나 쇼크로 인한 내재적인 염증 반응과 체외 혈액순환으로 유발되는 염증 반응이 과도한 상황, 일명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면 환자의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는 에크모 치료 중 발생하는 염증 반응 제어가 치료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연구팀은 '옥사이리스'라는 특수필터를 이용한 혈액정화요법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혈액정화요법은 최근 패혈성 쇼크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혈액 속 내독소와 염증 유발 인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쇼크를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이후 특수필터를 이용해 혈액정화요법을 시행한 환자와 평소처럼 치료한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혈액정화요법을 병행한 그룹에서 염증 매개 물질인 인터루킨-6(IL-6)의 수치가 에크모 치료 시작 후 24시간째에 감소하기 시작했고, 7일째에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염증 지표인 염증 유발 성장분화 인자-15(GDF-15) 역시 48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처음보다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에크모 치료 시작 48시간 뒤 두 군의 내독소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사망률이나 임상 성과 개선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고령은 교수는 “내독소 감소나 주요 임상 결과는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IL-6, GDF-15 등의 지표가 시간 경과에 따라 감소하는 신호 등 향후 연구 단서를 제시했다”며 “임상 결과 향상에 대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정훈 교수는 "에크모 치료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치료와 연관된 신체 반응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향후 더 안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중환자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크리티컬 케어(Critical Care)'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