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 6G 시대에 꼭 맞는 저전력, 비휘발성 무선통신 반도체 소자가 나왔다. 이 소자로 중심 주파수 대역을 조절하는 가변 필터 회로까지 만들 수 있어, 더 작고 전기를 덜 쓰는 통신 장비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김명수 교수와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윤태식 교수팀은 바나듐 산화물(Vanadium Oxide) 멤리스터(memristor) 기반 RF 스위치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RF 스위치는 자율주행, 스마트폰, VR·AR과 같은 현대 무선통신에 꼭 필요한 반도체 소자다. 회로 내에서 흐르는 고주파 신호를 특정 위치로 연결하고 차단해 신호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개발된 RF 스위치는 대기전력 소모가 없고, 고속·대용량 통신에 적합한 고주파 대역에서도 잘 작동한다. 스위치가 멤리스터 소자 구조이기 때문이다.
멤리스터는 전류가 한 번 흘러 바뀐 저항 상태가 전원이 꺼져도 유지되는 비휘발성 특성이 있다. 이 덕분에 대기전력 없이도 설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전기를 덜 쓴다. 또 저항 상태의 전환 속도가 수 나노초(ns) 수준으로 빨라, 빠르게 켜고 끌 수 있어 신호 처리 지연이 적다.
이 반도체 소자는 실제 최대 67 기가헤르츠(GHz) 까지의 고주파 신호를 흘려보내는 실험에서, 온(ON) 상태에서는 낮은 삽입 손실(0.46dB 이하), 오프(OFF) 상태에서는 높은 절연도(20dB 이상)를 유지했다. 삽입 손실이 낮고 절연도가 높을수록 통신 품질이 높아진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4.5 테라헤르츠(THz)까지도 동작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산화물 기반 RF 스위치 중 가장 높은 차단 주파수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 RF 스위치를 이용한 가변 대역 통과 필터도 함께 개발했다. 필터는 중심 주파수를 기준으로 특정 범위의 주파수 성분만 골라 통과시키는 전자 회로로, 개발된 필터는 중심 주파수를 약 600MHz 범위 내에서 조절할 수 있었다. 하나의 필터로 여러 주파주 대역에 대응할 수 있어 기존보다 회로 구성을 단순화하고 소형화가 가능해 고집적 무선 통신 장치에 유리하다.
김명수 교수는 “멤리스터 기반 RF 스위치가 주파수 선택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갖춘 소형 RF 프론트엔드를 구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차세대 무선 통신 시스템 개발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5월 28일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이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