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기후 그대로 구현…프리미엄 커피원두로 승부수

2025-06-03

전남 화순군 도곡면 일대 2만1487㎡(6500평) 규모의 유리온실과 시설하우스에선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고급 커피 원두 ‘아라비카’가 재배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농장을 일군 차상화 두베이커피플랫폼 대표(55)는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면 한국이 커피 주요 생산국 ‘커피 벨트’에 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커피나무는 ‘커피 벨트’라 불리는 남위 25도에서 북위 25도 사이의 열대·아열대 지역 해발 200∼1800m에서 주로 재배된다. 에티오피아·브라질·콜롬비아 등이 대표 생산국이다.

차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선 5월 기준 전국에 52농가가 유리온실과 시설하우스에서 커피를 재배한다. 이 가운데 전남지역이 27농가로 가장 많다. 대부분이 소규모 체험농장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고품질 원두를 다량 생산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에 비해 두베이커피플랫폼은 연 10t 정도의 원두를 안정적으로 생산한다. 국제 커피 감별사인 ‘큐그레이더(Q-Grader)’에게 고급 커피로 인정받으려면 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두베이커피는 해마다 이를 충족했다.

비결은 철저한 연구에 있다. 2016년 커피농사에 입문해 독학으로 재배법을 공부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차 대표는 커피 재배에 성공하려면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와 같은 기후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에티오피아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몇십년간의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유리온실에서 커피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구현하는 ‘기후 모사(模寫)’ 기술을 정립했다.

그는 “커피나무는 자연 상태에선 건기에서 우기로 바뀔 때 꽃이 피는데 이를 본떠 시설하우스 내에서 차광막으로 햇빛을 조절하고 물을 미세 분사하는 작업을 통해 인공적으로 건기와 우기를 만든다”며 “내부 온도는 커피가 잘 자라는 10∼25℃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원두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100g당 2만원 내외로 일반 원두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 하지만 맛·향이 뛰어난 프리미엄 커피로 인정받으며 원두 판매로만 연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차 대표는 국내 생산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축적한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신안군과 협력해 올해말 압해도 일대에 16만5289㎡(5만평) 규모의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청년농 100명에게 1652㎡(500평)씩 임대하기로 했다. 그는 “재배기술을 전수하고 계약재배한 커피를 수매해 유통할 예정”이라며 “국산 커피 산업화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순=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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