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환경’에 도전하는 지샥... 생존시계와 스포츠워치 [김범수의 소비만상]

2025-05-31

어느날 세상이 대충 망했다고 치자. 전쟁일 수도 있고, 영화에서 볼법한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일 수도 있다.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생존주의’에 기반해 짐을 챙겨야 한다. 챙기는 짐 중에서는 시계도 꼭 필요할 것이다.

다음은 어떤 시계를 챙겨야 하나 고민이 빠진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수 십개의 시계 중 딱 하나를 챙겨서 생존해야한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지샥’(G-Shock)을 집어들 것이다.

시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지샥이라는 시계 브랜드는 한 번쯤은 들어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군대 시계’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군대 시계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돌핀 시계’인 경우가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 오늘날까지 군대 시계의 주류를 차지하는 건 지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부대 내 충성클럽(PX)에서 지샥의 머드맨(Mudman)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지샥이 내구성, 가격합리성, 정확성 등등 ‘생존주의’ 측면에서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지샥은 탄생 배경부터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이었다. 지샥은 일본의 시계 브랜드인 카시오(Casio) 산하 브랜드로, 1983년에 처음 선보였다. 이름 처럼 중력(Gravity)에 의해 떨어져도 충격(Shock)을 버틸 수 있는 컨셉으로 출발했다. 당시만해도 시계란 책상 높이에서 떨어져도 고장나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샥은 단단한 내구성으로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하키채로 후려쳐도, 트럭을 밟고 지나가도, 진흙에 파뭍어도, 심해에 들어갔다 나와도, 하늘에서 떨어트려도 작동이 되는 내구성으로 2017년 기준 출하 1억개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생존주의 시계’…지샥 레인지맨 언박싱

이 같은 특수성 때문에 롤렉스나 오메가 등 고가의 기계식 시계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도 지샥은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군인, 운동선수, 산악인, 잠수부 등 역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선호되면서 다른 시계로 대체할 수 없는 포지션을 확보했다.

기자 역시 수 십개의 시계 가운데 지샥 시계를 꾸준히 구매해오고 있다. 최근에 구매한 지샥의 ‘GPR-H1000RY 레인지맨’ 모델은 생존주의를 컨셉으로 출시되고 있다.

‘산악’을 특화로 한 시계 답계 고도, 기압, 온도, 방위측정, 태양광 충전, GPS를 통한 위치 파악 기능 등이 탑재됐다. 지샥 시계 답계 200m 방수 기능과 최저온도 영하 20도에서도 버티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또한 많은 기능이 들어간 탓에 사이즈는 53.2mm, 높이 20.3mm로 큰 편이지만, 꽤나 착용감이 적절하다.

이 레인지맨(Rangeman) 모델은 생존주의라는 문화가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보다 캠핑 등 생존주의가 하나의 주류 문화가 된 미국 같은 국가에 더 인기가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출시된 GPR-H1000 레인지맨 모델보다 이전작인 GPR-B1000가 더 선호되는데, 엄청난 크기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B1000 모델이 자체적인 GPS 네비게이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신작에선 GPS 기능이 존재하지만, 스마트폰가 연동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는 신작인 H1000 레인지맨이 단순한 생존주의 시계를 넘어서 운동 기록과 스마트폰 알림 확인 기능 등 스마트워치로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준다. 역시 아쉬운점은 ‘생존주의’라는 근본적인 컨셉의 후퇴다.

◆‘육·해·공’이 다 모였다…지샥의 마스터 시리즈

앞서 말한 ‘레인지맨’ 처럼 지샥은 ‘~마스터’나 ‘~맨’ 시리즈의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시리즈 중 하나인 ‘프로그맨(Frogman)’은 잠수 특화 시계다. 잠수 특화 답게 프로그맨은 심해에도 버티는 내구성과 수온 및 수심 측정, 잠수 시간 기록 등의 기능이 탑재됐다. 또 물 속에서도 시계 버튼을 누를 수 있다.

프로그맨은 지샥에서 가장 인기있는 모델이면서 가장 고가의 라인이기도 하다. 가장 최신 모델인 MRG-BF1000R 프로그맨의 경우 600만원대에서 한정판의 경우 800만원이 넘어갈 정도다. 대부분의 지샥 제품이 100만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단점이기도 하다. 다만 기본 프로그맨 모델은 100만원 이하에 구할 수 있다.

이밖에 ‘육상 특화’인 머드(Mud) 시리즈는 진흙에서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면서 군인들에게 최적화 된 지샥 시계라고 할 수 있다. 레인지맨 모델과 겹치는 기능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기압, 고도, 방위, 기온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레인지맨과 더불어 생존주의의 대표적인 시계이기도 하다. 또한 레인지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더 실용적인 편이다.

머드 시리즈는 크게 머드맨(Mudman)과 머드마스터(Mudmaster) 두 가지로 나뉘는데 시계 바늘이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일 뿐 시리즈의 우열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편이다. 30만원 이하에 구할 수 있는 머드마스터 GG-B100의 경우 여행 유튜버로 잘 알려진 빠니보틀이 한 때 오랫동안 착용하던 모델이기도 하다.

이 밖에 항공시계를 컨셉으로 한 ‘그래비티마스터’(Gravitymaster)도 주요 모델이다. 제 1시간대, 제 2시간대, 제 3시간대 표시 기능이 탑재됐고, 항공 시계 컨셉에 충실하면서 한 눈에 시간을 읽을 수 있는 시인성도 갖췄다. 또한 원심력을 견디는 내구성과 GPS 수신을 통해 경도와 위도 등을 기록하는 비행 일지 기능도 들어갔다.

이같은 ‘마스터 시리즈’(Master of G) 이외에도 군사적인 느낌을 줄이고 레저스포츠에 특화된 ‘G-Squad’ 시리즈나 하이엔드 브랜드 시계를 닮아 한 때 품귀 현상을 일으켰던 일명 ‘지얄오크’ 2100시리즈, 가장 지샥의 근본으로 여겨 지샥 내에서도 팬덤이 잇는 DW-5600 시리즈도 스테디셀러다.

◆지샥의 스포츠·스마트워치 포지션

지샥의 ‘생존주의’라는 포지션은 확고하다. 같은 컨셉으로 출시되는 루미녹스(Luminox)도 모델 이름을 ‘네이비씰(NavySeal)’, 생존주의로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따 ‘베어 그릴스’로 출시하면서 마케팅 공세에 나서고 지만, 내구성이나 디자인, 컨셉 측면에서 지샥의 아성을 넘기엔 부족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지샥 역시 외연 확장의 한계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100만원 이하의 가격, 내구성, 레저 및 아웃도어 기능은 스포츠워치나 스마트워치와 겹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스포츠워치 분야는 미국의 가민(Garmin)이나 핀란드의 순토(Suunto) 같은 전문 브랜드가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러닝이나 잠수, 골프, 등산, 요트 등 각종 아웃도어 활동에 특화돼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울트라처럼 아웃도어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워치나, 샤오미의 레드미워치와 같이 초저가의 스포츠워치가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즉, 지샥이 다시 한 번 레저.아웃도어 분야에서 대세를 가져올지, 생존주의 시계에 머무를지 기로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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