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드라마·뮤지컬 등 대중문화 전반에 여성 서사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즉 작품 전면에 여성을 내세우거나 또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젠더 감수성’ 정도가 흥행 성적을 가르고 있는 셈이다. 주요 대중문화 향유 계층이 젠더 감수성 등에 민감한 MZ세대로 변화하면서 특히 ‘시스맨스(시스터+로맨스)’ 코드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올해 특히 여성 서사 작품들이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드라마는 tvN의 ‘정년이’, SBS의 ‘굿 파트너’, JTBC ‘정숙한 세일즈’, 영화는 ‘모아나 2’ ‘히든 페이스’ ‘위키드’ ‘서브스턴스’, 뮤지컬은 ‘홍련’ ‘리진’ ‘유진과 유진’ 등 여성 서사를 강조한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시청률에서 ‘굿 파트너’는 시청률 17.5%, ‘정년이’는 16.5%를 기록하는 등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굿 파트너’는 여성 변호사들, ‘정년이’는 여성 국극단이 배경이었으며, ‘정숙한 세일즈’는 1990년대 금기시했던 성인용품을 판매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모아나 2’는 영웅이 아닌 여성 리더로서의 모아나의 여정을, ‘위키드’는 경쟁자인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과 성장을 그렸으며, ‘서브스턴스’는 여성의 외모 강박을 소재로 한 ‘보디호러물’로 ‘자기 몸 긍정주의’에 익숙한 2030 여성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홍련’, 미국에서 일어난 리지 보든 사건을 바탕으로 한 ‘리지’,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유진과 유진’ 등은 폭력에 맞선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작품들로 올해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들은 과거 여성과 여성들 간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서 진화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 등 여성들 간의 암투가 아닌 여성 간의 연대와 성장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다만 여성 서사와 시스맨스가 트렌드가 되면서 뜻하지 않은 이슈가 발생해 흥행에 적신호가 켜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트렁크’는 1년 간의 부부 계약이라는 설정 등이 성매매를 연상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초반 흥행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시스맨스 흥행에 따라 대중문화업계에서는 여성 서사 작품 발굴에 공을 들이는 한편 미처 파악되지 않은 젠더 감수성 저해 코드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중문화의 주요 수요층과 관객층인 MZ세대의 시선에 맞는 여성 서사, 젠더 감수성을 살린 작품들을 찾는 게 흥행의 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상황도 최근에는 민감한 이슈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젠더 감수성 코드 등을 공부하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