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급 6.25 전쟁노병 머리맡에 놓여
"北고위층 한미 의약품·영양제 즐겨"
대북전단 풍선에 담길 정도로 인기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에서 '반미 영웅'으로 치켜세워온 리병삼(82) 전 인민보안성 정치국장이 미국산 영양제를 챙겨먹는 모습이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체결 72주년을 맞아 박태성 총리 등 고위 간부들이 전쟁 노병을 찾아 위로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20장 가까이 공개했다.

그런데 북한군 상장(上將, 별 셋으로 우리군의 중장에 해당) 출신인 리병삼의 집을 방문한 사진에서 거실 약상자 속에 놓인 미국의 대형 회원제 마트인 C업체의 K브랜드 비타민제가 포착됐다.
북한 매체들은 이 사진에서 영문으로 표기된 브랜드명을 검게 지웠지만 한눈에 봐도 해당 비타민제란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제품군은 비타민과 영양제 성분에 따라 병뚜껑 부분의 색상을 달리하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 모양 등은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리병삼은 6.25전쟁 당시 평남 안주지역에서 소년근위대 노동당 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른바 '빨치산'으로 극단적 반미투쟁 등으로 김일성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북한은 선전해왔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나와 군 총정치국 부국장을 지냈으며 특히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조선인민내무군 정치국장을 맡아 폭압적 공안통치를 주도한 인물로 한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4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북한 고위층 사이에 한국과 미국산 비타민 등 의약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이 은밀하게 퍼져 있다는 첩보는 있었지만 최고위급 인물이 이를 즐기는 장면이 드러난 건 이례적"이라고 귀띔했다.

K브랜드 비타민제는 우리 탈북민 단체나 북한 인권 NGO 등이 대북 전단 살포용 대형풍선에 함께 보내는 물품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사례를 두고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 고위층이 주민에게는 반미사상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은 미국산 제품을 즐기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