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결별 넘어 파탄으로… 감세 법안 기폭제

2025-06-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관계가 결별을 넘어 파탄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핵심 입법 과제를 비판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일론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며 “난 그에게 (행정부에서) 떠나달라고 요청했고, 난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전기차를 모두에게 강매하는 전기차 의무화를 없앴으며(그는 내가 이렇게 할 것임을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그냥 미쳐버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글에서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다. 난 바이든(전 미국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늘 놀라웠다”고 밝혔다.

이 글을 올리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머스크를 공개 비난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는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정부 재정적자를 크게 늘릴 것이라며 거듭 비판한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지난해 대선 때 엄청난 선거자금을 기부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공무원 구조조정과 지출 축소를 지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위법 논란이 일고 그의 저돌적인 스타일이 행정부 내 다른 장관들과 충돌하는 등 머스크라는 존재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그는 지난 달 초 행정부를 떠나 본업인 기업인으로 복귀했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의 기업이 정부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고 대규모 정부 계약을 수주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행정부 활동은 처음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머스크는 DOGE에서 연방 정부 예산을 1조달러(약 1356조원) 삭감하겠다는 목표를 거의 이루지 못한 채 지난 4월 말 짐을 싸서 백악관을 나왔다. 당시 백악관은 머스크가 떠나게 된 것이 1년에 130일 넘게 정부에서 일할 수 없게 돼 있는 특별 공무원 임기 규정 탓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밤 공개된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을 거론하며 “재정적자를 키우는 대규모 지출 법안을 보게 되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만해도 백악관에서 머스크에게 고별식을 열어주고 ‘황금 열쇠’를 선물하면서 머스크와의 관계를 좋게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머스크는 그동안 품어온 원망을 본격적으로 표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감세 법안을 두고 “미안하지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다.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의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다음날에도 엑스를 통해 이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더 참지 않고 머스크를 정면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