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LA 고속도로가 눈앞에···499만원짜리 애플 ‘비전 프로’ 써보니

2024-11-18

‘위켄드 : 오픈 하트(The Weeknd: Open Hearts)’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위켄드가 출연하는 5분짜리 뮤직비디오로, 지난 14일 ‘애플TV’에 단독으로 공개됐다. 18일 서울 명동 애플스토어 체험존을 방문해 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쓰고 이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영상은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위켄드)이 로스앤젤레스(LA) 곳곳을 누비는 단순한 줄거리였다. 그러나 몰입감은 단순하지 않았다. 비디오를 재생하자 순식간에 위켄드가 누워 있는 앰뷸런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앰뷸런스가 1인칭 시점으로 LA 외곽을 달리는 장면에서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몸이 울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고속도로의 바람이 귀를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주인공이 눈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옷에서 터져나온 실밥, 깎지 않은 수염의 결까지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애플은 이 뮤직비디오가 “초고해상도 카메라와 공간 오디오를 활용한 ‘몰입형 비디오’로 촬영됐다”고 설명했다.

비전 프로는 지난 15일 국내에서 공식 출시됐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첫 출시된 지 10개월만이다. 애플이 비전 프로에 집약시킨 ‘공간 컴퓨터(가상세계를 현실 속에 구현하는 기술)’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기초적인 사용법부터 직관적이다. 눈동자 움직임이 컴퓨터의 마우스 포인터 역할을 한다. 실행하려는 어플리케이션(앱)을 그저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진짜 될까?’ 하는 우려와 달리, 오차가 거의 없이 시선의 움직임에 정밀하게 반응했다. 생각을 읽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앱을 선택하는 동작은 엄지와 검지를 움켜쥐는 간단한 손짓만으로 가능했다.

주위 공간을 사무실처럼 꾸며 놓을 수도 있다. 파워포인트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을 허공에 여러 개 띄워 놓고 실시간으로 작업할 수 있으며, 공간의 배경은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보라보라섬’을 선택하자, 선선한 바람에 야자수가 흔들리는 노을진 태평양 해변으로 배경이 바뀌었다.

비전 프로의 장점은 ‘몰입형 비디오’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 가족의 생일파티 비디오를 실행해봤다. 눈 앞에서 아이들이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노래를 부르며 케익의 촛불을 끄는 장면이 펼쳐졌다. 분명 2차원(D) 영상인데 공간의 깊이감이 생생해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이들이 진짜 내 가족이고, 10년 뒤에 다시 비전 프로를 쓰고 이 광경을 재생한다면, 마치 타임머신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오디오 기술도 생동감을 더했다. 소리가 3차원 공간에서 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한 ‘공간 음향’ 기술이 동영상의 존재감을 강화해줬다. 이어폰·헤드폰 같은 장치가 아니라 헤드밴드에 부착된 골전도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전달된다.

다만 처음 출시될 당시부터 지적돼 온 단점들은 그대로였다. 비전 프로의 본체는 600g이 넘고 배터리는 353g으로 도합 1㎏에 육박한다. 30분 정도 착용하고 있으니 무게감 때문에 목과 머리 근육이 약간 피로해졌다. 가격은 499만원부터다. 영화관 같은 환경을 집에서도 구현하고픈 소비자라면, 비전 프로 대신 400~500만원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쪽에 더 마음이 쏠릴 것 같다.

지난달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3500달러라는 가격은 결코 대량 판매용 제품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서 비전 프로는 당장 ‘내일의 기술’을 원하는 얼리어답터를 위한 제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플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인 ‘보급형’ 비전 프로를 개발하고 있다.

비전 프로 체험을 원하면 국내 7곳 애플 스토어에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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