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한 미국 역대 두 번째 대통령. 6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새롭게 얻은 타이틀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아웃사이더의 반란’을 일으켰던 그가 8년 만에 다시 세계 최강국 미국을 이끄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파란만장한 그의 정치 인생을 되돌아본다.
◆정계 입문 전
트럼프는 1946년 뉴욕 퀸스에서 독일계 이민자 프레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출신 메리 앤 매클라우드의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뉴욕의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아버지는 트럼프에게 물불 가리지 않는 승부욕을 심어줬다. 트럼프가 아버지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도 “적을 깔아뭉개라”였다.
트럼프는 아버지보다 더 성공적인 사업가로 성장했다. 37세였던 1983년 뉴욕 맨해튼 5번가에 58층짜리 주상복합빌딩 트럼프타워를 세운 데 이어 카지노, 골프장, 호텔 등 그의 이름이 붙은 각종 사업장이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전역뿐 아니라 인도, 튀르키예, 필리핀 등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부동산 재벌로 성공하며 성공과 유명세를 향한 그의 야망은 더욱 강해졌다. 부동산에 이어 트럼프가 두각을 드러낸 업계는 방송이었다. 2004년부터 10년간 NBC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견습생)’의 제작과 진행을 맡아 전국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트럼프 그룹 계열사 직원을 오디션 형식으로 채용하는 이 쇼에서 트럼프가 참가자들에게 툭하면 퍼부었던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은 그의 대표 유행어였다.
트럼프가 쓴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트럼프의 이름이 붙은 넥타이와 음료 등 모든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트럼프 그 자체가, ‘잘 팔리는 브랜드’였다.
◆정계 입문 후
이제 트럼프의 야망은 정치 무대로 향했다. 2000년 개혁당 소속으로 처음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 포기했고, 2012년에는 공화당 경선 출마를 고민했으나 결국 불출마했다.
트럼프가 공식 대선 출마를 선포한 때는 2015년 6월. 그는 쇠퇴하고 있는 미국에 “다시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아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트럼프 정치 이념의 결정체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시작이었다.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에 비유하며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외치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트럼프의 거침없는 ‘혐오 발언’에 저학력·블루칼라 백인들이 호응했다. 2016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터진 음담패설 폭로를 비롯해 트럼프의 성추행·폭행 혐의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지만 ‘샤이 트럼프’들의 표심은 굳건했다. 대다수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트럼프는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1기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발표되는 대통령의 성명, 외국 정상들과의 공개 충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돌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기존 질서를 뒤집는 ‘미국 우선주의’ 행보만큼은 예측 가능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종 협정에서 탈퇴했으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한국을 향해서도 “부자나라”라며 분담금 인상률을 대폭 높인 방위비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두 차례의 탄핵 위기에도 처했으나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탄핵안이 모두 부결되며 한숨을 돌렸다.
다만 코로나19 앞에서는 무릎 꿇었다.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한 2020년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마비된, 전례 없는 감염병의 시대였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세계 최대였고, 트럼프는 결국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700만표 넘는 차이로 밀리며 재선에 실패했다.
트럼프가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을 조장한 끝에 2021년 1·6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까지 벌어지자 그의 정치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듯했다.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마저 폭동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와 갈라섰다.
그러나 두 쪽으로 쪼개진 미국민들의 절반은 여전히 트럼프가 외치는 ‘마가’의 꿈을 믿고 있었다. 2022년 11월 재선 재도전을 공식 선언한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순조롭게 선출됐고, 2024년 11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꺾고 8년 만의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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