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호의 사자성어와 만인보] 이퇴위진(以退爲進)과 사마의(司馬懿)

2025-08-26

삼국지 라이벌 가운데, 위(魏)나라의 사마의(司馬懿. 179~251)와 촉(蜀)나라의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연령대가 비슷하다. 사마의가 제갈량보다 약 2년 일찍 태어났다. 제갈량은 안타깝게도 50대 중반에 전쟁터에서 사마의와 겨루다가 과로사(過勞死)한다. 반면, 사마의는 장수(長壽)했다.

이번 사자성어는 이퇴위진(以退爲進. ~로써 이, 물러날 퇴, 위할 위, 나아갈 진)이다. 앞 두 글자 ‘이퇴’는 ‘후퇴하는 것으로’란 뜻이다. ‘위진’은 ‘나아가기 위해서’란 뜻이다. 이 두 부분이 합쳐져 ‘후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다. 즉 나아가려 할 때, 때론 물러서는 지혜도 필요하다’란 의미가 만들어졌다. 잠시 물러섬이 오히려 전진에 도움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쓰인다. 한(漢)나라 사상가 양웅(揚雄)의 저서 ‘법언(法言)’에 등장하는 네 글자다.

위·촉·오(吳) 3국 경쟁의 실질적 최후 승자로 볼 수 있는 사마의와 ‘이퇴위진’은 썩 잘 어울린다. 조조(曹操), 조비(曹丕), 조예(曹叡), 조방(曹芳), 이렇게 4대를 섬긴 군사 전략가 겸 행정가 사마의는 흥미로운 일화를 많이 남겼다. 조조와는 ‘장병거조(裝病拒曹)’와 ‘삼마동조(三馬同槽), 제갈량과는 ‘홍장촉전(紅裝促戰)’ 등 여러 사자성어가 전해지고 있다.

사마의는 한나라 관료 집안에서 태어났다. 자(字)는 중달(仲達)이다. ‘황건적의 난’ 이후 펼쳐진 난세에 유년기를 보냈다. 어수선한 시기였지만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유교 경전과 병법서 등 여러 분야의 서적을 두루 학습했다.

하루는 조조가 20대 초반의 청년 사마의에 관한 정보를 접한다. 인재의 소중함을 일찌감치 깨우친 조조는 바로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조조의 이 첫 번째 초빙에 사마의는 응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뇌졸증 환자처럼 연기하며 거절했다. 평판이 좋지 않은 신흥 군벌(軍閥)에 불과한 조조 진영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조의 두 번째 초빙을 받고, 사마의는 29세에 조조 진영에 합류한다. 거절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마의의 나이 41세에 조조가 세상을 뜨고, 조비가 후계자가 됐다. 같은 해에 조비는 한나라 마지막 황제인 헌제(獻帝)를 끌어내리고 황제가 됐다.

조비가 건국한 위나라에서 사마의는 거의 매년 승진을 거듭했다. 사마의의 나이 47세에 조비가 갑자기 사망했다. 조비의 신임을 받던 그는 조진, 진군 등과 함께 고명대신(顧命大臣)에 임명된다. 조비는 임종 직전에 어린 조예에게 “이 세 신하와는 혹시 틈이 생기더라도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위나라의 실력자로 부상한 이 40대 후반부터 사마의의 영웅적 면모가 제대로 드러난다. 당시 사마의의 라이벌은 외부적으로는 촉의 실력자 제갈량이었고, 내부적으로는 조진 등 황족 조씨 가문이었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여러 차례 침공으로부터 위나라 국경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먼 길을 행군해 공격하는 부대는 군량미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약점을 사마의는 수시로 공략하며, 제갈량의 집요한 공격을 좌절시켰다.

제갈량이 세상을 뜨자, 사마의 인생에 진짜 위기가 닥쳐왔다. 제갈량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던 군사 전략가 사마의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황족 세력들은 그의 군사 지휘권을 빼앗았다.

그러나 사마의는 오뚜기처럼 재기(再起)에 성공한다. 68세부터 병을 핑계로 집에 머무는 방식으로 정치적 라이벌을 방심하게 하더니, 단 한 차례 회심의 반격으로 위나라의 모든 실권을 장악했다.

사마의는 이렇게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신중함을 견지하며 ‘이퇴위진’ 계책을 적극 활용했다. 조조의 의심과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계책에서 그가 자신을 지켜내고 결국 최종 승자가 된 비결이다.

흔히, 역사의 승패(勝敗)는 ‘경쟁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결정된다고들 한다. 제갈량과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대결할 때, 사마의는 섣부른 판단을 삼갔다. 방어에 치중하며 제갈량이 지치는 순간까지 집요하게 기다렸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두툼한 바위가 날카로운 가위를 이기는 그런 이치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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