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눈이 내린 날, 탁구 라켓을 쥔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달려오는 아이들과 쉼없이 손뼉을 마주친 신유빈(21·대한항공)은 “날 반기는 분들을 만나면 힘이 생긴다. 새해에도 또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삐약이’ 신유빈은 한국 탁구 간판 스타다. 14살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메이저 대회가 없는 2025년에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시리즈에서 일본과 중국의 강호들을 상대하며 한층 발전된 기량을 드러냈다.
2025년을 마감하던 12월27일, 자신의 이름으로 탁구 페스티벌을 열어 어린이들과 함께 한 신유빈은 “탁구 실력이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기뻤던 한 해다. 새해에도 재밌는 탁구, 행복한 탁구, 단단한 탁구가 목표”라고 활짝 웃었다.
신유빈의 미소처럼 2025년의 성적은 빛났다.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은 12위로 2024년(7위)보다 낮아졌지만 성적은 반대다. WTT 중국 스매시와 챔피언스 몽펠리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연달아 여자 단식 4강에 올랐다. 단짝인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함께 참가한 WTT 홍콩 파이널스 2025가 압권이었다. 혼합 복식 준결승과 결승에서 모두 중국 선수들을 꺾고 우승했다.
WTT 시리즈의 ‘왕중왕전’인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었다. 결승에서는 남녀 단식 각 1위로서 호흡을 맞춘 왕추친-쑨잉사를 꺾었다. 직전까지 6전 전패를 당하던 상대들을 처음 이겼다. 신유빈은 “정말 기뻤던 것은 중국 스매시에서 처음 여자 단식 4강에 오른 순간”이라며 “매번 8강에서 떨어지다가 처음 4강에 오르자 눈물이 흘렀다”고 떠올렸다.
신유빈은 중국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무기력하게 지는 경우가 많았다. 변화가 필요했던 그는 ‘호랑이굴’로 뛰어 들었다. 중국 선수들이 뛰는 슈퍼리그였다. 신유빈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실전 경험을 쌓으며 발전했다. 신유빈이 4강 진출을 이룰 때까지 흘린 땀과 눈물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유빈이 힘든 나날을 버틴 비결은 ‘즐기는 탁구’였다. 아빠와 공을 처음 주고받았던 5살 그 시절로 돌아갔다. 신유빈은 “탁구는 즐겨야 한다. 나도 어릴 때부터 언니들과 경쟁하느라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 때는 지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았다”면서 “2025년에는 즐거운 탁구를 하고 싶었다. 공들여 훈련한 기술이 실전에서 통할 때, 범실로 끝나더라도 달라진 움직임이 나올 때 기쁘더라. 난 아직 어린 편이라 더 성장할 수 있다. 여기서 멈추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주변과 나누는 행복에서도 삶의 활력을 얻는다. 신유빈은 대한항공에 입단해 받은 첫 월급 기부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이웃을 돕고 있다. 광고를 찍으면서 얻은 수익으로 소아청소년 환아와 당진시 이웃돕기, 동작구 연탄봉사 등에 기부한 금액만 2025년 2억 2000만원에 달한다.

신유빈은 “나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신한금융그룹 같은 스폰서들이 기꺼이 도와주신다”면서 “광고를 찍는 게 평소 화장도 하지 않는 나와 달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리프레시도 된다. 일종의 행복 탁구”라고 말했다.
2026년, 신유빈은 즐거운 탁구, 행복한 탁구에서 한 발 나아가고 싶다. 단단한 탁구다. 신유빈은 항상 부상과 싸우고 있다. 과거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던 신유빈은 2025년 막바지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군다나 새해 첫 시작부터 숨가쁘게 달려가야 한다. 1월 카타르 도하로 날아가 WTT 챔피언스와 WTT 스타 컨텐더를 연달아 참가한다. 2월에는 중국 하이커우에서 열리는 ITTF 주관 아시안컵과 인도 첸나이와 싱가포르에서 각각 WTT 스타 컨덴더와 싱가포르 스매시가 기다리고 있다. 신유빈은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국내보다 길어진 것에 적응해 다행이다. (대회에 참가하면서) 탁구를 하는 게 즐겁다”고 웃었다.
2026년은 무엇보다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최강 중국을 꺾어 자신감을 장착한 신유빈이 계속해서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선전한다면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다.
신유빈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복식에서 전지희(은퇴)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중국이 8강에서 인도에 발목이 잡혀 탈락한 이변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2026년, 신유빈이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100% 실력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다시 한 번 한국 탁구의 전성 시대가 올 수 있다.
신유빈은 “아시안게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새해에도 첫 목표는 성장이다. 내 탁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서 흔들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