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지난 26일 홍콩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실종자 수는 300명에 육박했고, 당초 50여명으로 발표됐던 사망자 수는 현재 100여명에 이릅니다. 수색작업이 이어지면서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웡푹 코트’는 홍콩에 위치한 32층의 고층 아파트로 총 8개동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담배 꽁초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인테리어를 위해 아파트 외벽을 감싸 놓은 대나무 비계와 안전그물을 타고 8개동 중 7개동에 옮겨붙었습니다. 불길은 매층에 놓인 스티로폼 자재와 가구를 태우며 건물 안쪽까지 번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끔찍한 대형화재 참사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고층아파트의 화재와 가연성 건설 소재로 인한 대형참사 발전 가능성은 여러 해 동안, 많은 국가에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영국에서 발생한 ‘그렌펠 타워 참사’입니다. 건물 4층 냉장고에서 시작된 불길은 23층 아파트 전체를 삼켰고, 72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한 동의 아파트에서 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까요. 그리고 이 화재사건은 어떤 식으로 해결되고 있을까요. 2025년 6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그렌펠 화재 사건: 진실속으로>는 당시 아파트 거주민들과 소방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건의 원인과 이후 정부의 대처를 기록했습니다.

“그렌펠타워 16호에서 불이 났어요 4층이요.. 빨리 빨리 빨리!”
“네 불타는 건 아는데 방금 전화하셨잖아요. 괜찮으시죠?”
2017년 6월14일, 주민 대부분이 잠든 오전 0시54분. 그렌펠타워 화재의 첫 신고가 접수됩니다. 소방대원이 도착한 건 약 10분 뒤인 오전 1시5분, 소방관들은 해당 세대에 도착했고 냉장고에서 난 불을 진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평범한 주방 화재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잔불을 확인하려 열탐지기를 켜는 순간, 불이 윗집으로 옮겨붙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화재 상황을 보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는 건물 한쪽 외벽을 타고 불이 커지고 있었죠.
한 소방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콘크리트 건물에서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대개 콘크리트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특성상 한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초기 진압이 될 경우 근처 세대로 옮겨붙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재가 번진 원인은 한 해 전 외벽 인테리어용으로 설치된 알루미늄 외장재에 있었습니다. ACM이라 불리는 이 소재는 얇은 알루미늄 사이에 고분자물질이 채워진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고분자물질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굉장히 타기 쉽고, 불이 났을 경우 진화가 매우 어려운 게 특징입니다. 그런데도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택된 외장재에는 최소한의 방염처리조차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ACM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화재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이를 숨긴 채 판매했죠. 대피가 어려운 고층빌딩에 사용하긴 어렵다거나, 방염처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망자 수가 늘어난 또 하나의 원인은 영국 소방서의 미숙한 대처에 있었습니다. 불씨를 끄면 다른 세대까지는 불이 닿지 않는다는 판단에 “탈출시켜달라”는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2시간 넘게 지시했습니다. 그사이 불은 건물 전체를 삼켰죠. 불이 빠르게 번지고 잘 꺼지지 않는 외장재 화재 특성에 대해 몰랐던 탓입니다. ‘대기하라’는 말에 사망자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영국판 세월호 사건’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소방서는 더 잘 대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영국 다른 지역에서 플라스틱 소재의 외장재로 인해 불이 번지고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소방청은 안전관리 규정과 구조 규정을 변화시키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로 너무 많은 사람의 친구와 가족이 죽었고, 이를 구하지 못한 소방관들은 책임감에 고통받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그렌펠타워에 정의를’이라고 외치며 매주 거리에 나섰습니다. 사건 발생 한 달 후부터 공청회가 진행됐고, 7년 만인 2024년 공개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보고서는 “화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여러 권고안을 내놓으면서도 “각각 책임소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소방청과 정부는 해당 사건 이후 보고서 권고안을 반영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실제로 다큐가 나온 지난 6월까지 ACM 외장재가 사용된 건물에서 수십만 명이 살아가고 있었고, 소방청의 ‘화재시 주택 내 대비’ 규정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그렌펠의 ACM과 홍콩의 대나무 비계, 안전그물이 겹쳐 보입니다. 인터뷰에서 보이는 이들의 고통과 허망함은 한국에서 일어난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왜 이런 비극은 늘 발생하고 반복되는 걸까요. 왜 쉽게 개선되지 않는 걸까요. 효율과 돈의 논리로 안전을 포기하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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