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추진연구소 “13일까지 문 닫을 것”
강풍으로 소방 헬기 지원 무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해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의 핵심 연구기관인 제트추진연구소(JPL)가 긴급 폐쇄됐다. JPL은 산불이 인근까지 바짝 접근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JPL은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JPL 소재지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대피 구역에 포함됐다”며 “오는 13일까지 JPL을 폐쇄한다”고 공지했다. 비상 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인원의 출입을 막기로 한 것이다. JPL은 먼 우주에 보낼 탐사선을 개발·운영하는 임무를 주도하는 NASA의 핵심 연구기관이다.
JPL이 긴급 폐쇄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린 이유는 기관 소재지인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근처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전날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총 4건의 산불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이튼에서 생긴 산불이 JPL을 위협할 위치까지 다가오면서 폐쇄 조치가 발동됐다. 현재까지 임야를 포함한 총 43㎢를 태운 이튼 산불로 사망자 2명이 발생했으며, 5만2000여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로리 레신 JPL 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현재 수백명의 JPL 소속 인력이 자신의 집을 떠나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JPL에 아직 산불 피해는 없지만 실험 시설과 매우 가까운 곳까지 화재가 접근했다”고 밝혔다.
JPL은 공지에서 “지역 소방서와 지속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 자료를 다른 연구 시설로 옮기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대응하는 일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JPL은 “지난 7일 밤 소방 헬기를 지원받으려고 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계획이 취소됐다”고 했다.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 때문에 급격히 확산 중인데, 이 바람 때문에 공중 진화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JPL 건물이나 장비가 산불로 손상을 입는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JPL은 미국 우주탐사 역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JPL은 화성 탐사차량 ‘퍼서비어런스’와 ‘큐리오시티’, 목성 위성인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등을 통제한다. 태양계 밖을 비행 중인 ‘보이저’도 JPL이 관리한다. 향후 새로운 우주 탐사선을 개발하는 작업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JPL은 산불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