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변호인단이 지난 17일 ‘윤(석열) 어게인’ 신당을 창당하려다 4시간여 만에 철회했다. 이들은 “2030과 자유진영 목소리를 담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한 윤석열의 만류로 창당 회견을 철회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당 창당을 주도한 김계리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윤석열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석열 아버지)”라고 썼다. 그는 “청년들의 순수한 운동에 ‘아버지처럼 함께하겠다’는 대통령 의중”이 ‘윤버지’라고 설명했다. 극우 지지층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 복귀를 시도하려는 윤석열의 행태는 뻔뻔하다 못해 파렴치하다.
윤석열 정치의 그늘은 이뿐만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후에도 12·3 비상계엄을 지지해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9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이번 6·3 대선에 자유통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중앙선관위, 헌법재판소, 국회를 해체하겠다”고도 했다. 집회에 온 지지층들은 ‘윤 어게인’을 외쳤고, 전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을 자유통일당으로 데려오겠다”고 호응했다. 윤석열 추종세력들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참담한 상황은 내란이 현재진행형이란 걸 방증한다.
윤석열을 다시 불러내려는 극우의 정치세력화는 한국 정치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 내란 수괴의 정치 복귀를 지원하고, 한술 더 떠 그 이름을 딴 정당까지 등장하는 게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헌법으로 단죄된 윤석열의 집권 3년과 내란이 빚은 퇴행이고 비극일 뿐이다.
윤석열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계몽령’ ‘부정선거론’과 같이 헌법 질서와 법치를 부정하는 그의 선동은 극우세력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길을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공화국을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 ‘윤 어게인’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건대 앞 양꼬치 골목에서 난데없이 “짱깨는 중국으로 가라”며 혐중 난동을 부렸다. 극우정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자중하고 자숙하긴커녕 막후 정치를 통해 현실 정치를 기웃거리는 망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것이 한남동 관저를 나서면서 찾겠다 했던 “새 길”이었나.
이 책임에선 국민의힘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극우 움직임에 국민의힘 일부 대선 경선 후보들이 윤석열 거리두기에 나섰지만, 보수·극우의 내분·갈등은 윤석열과 극우집회를 비호했던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다. 이제라도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정치를 재건하려면 윤석열·극우와 절연하고 새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