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주서 해외풍력까지 원격 제어…AI로 24시간 지켜본다

2025-12-07

“이곳에서 전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에 대한 실시간 감독 및 제어가 모두 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 녹색 표시가 현재 정상 운전 중이라는 뜻이고 파란색은 대기, 노란색은 서비스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난달 21일 방문한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제주 두산윈드파워센터(WPC)에 설치된 거대 모니터에는 풍력발전기 80기의 상태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돼 그래프와 숫자들이 쉴 새 없이 바뀌고 있었다. 직원들은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이상 징후가 있는지 살펴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WPC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올 9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구축한 풍력발전 통합 컨트롤타워로 이곳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계약한 전국 풍력발전기에 대해 24시간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WPC가 현재 담당하는 설비 규모는 제주 탐라·한림, 전라남도 서남해 풍력단지를 포함해 총 350㎿(메가와트)에 이른다.

최근 WPC는 고장·오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각 풍력발전기의 가동률과 발전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축적된 운영 이력과 데이터를 학습시킨 결과 해당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90% 이상까지 올라왔다. 이를 통해 풍력발전기의 이상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고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프로그램 도입 후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발전기 운영 및 유지 보수를 비롯한 작업 효율은 기존 대비 30%, 평균 가동률은 1% 이상 상승했다. 최인욱 WPC 센터장은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대형화할수록 접근이 어렵고 부품도 커져 원격 관제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진다”며 “WPC는 이를 통해 가동률을 더 크게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PC는 향후 풍력발전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추가 투자를 통해 AI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30년까지 현재의 10배 규모인 3.5GW(기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풍력발전기의 운전 및 진동 데이터에 기반해 고장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주였다면 앞으로는 각 풍력발전기의 발전량을 예측하고 이를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설계 단계부터 연계해 발생 가능한 변수들을 파악한 후 풍력발전기의 하중이나 노후화 등 문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모델 역시 구축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풍력발전기는 제작 및 설치가 4년 이내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실제 최근 발주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WPC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 설치된 기기에 대한 원격 대응 역시 가능하다. 이는 향후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발전기 수출 시 운영 및 유지 보수 측면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월 자체 개발한 10㎿급 해상풍력발전기에 대한 국제 인증을 취득한 후 현재 전남 영광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업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난류가 심한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발전이 가능한 설계력을 확보함으로써 저풍속형 풍력발전기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실제 일본을 비롯해 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수출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유럽 대형 풍력발전기 제조사들은 진출에 한계가 있는 중소 풍력단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최 센터장은 “풍력발전기 선도 제조사의 조건은 기술력과 신뢰성”이라며 “WPC는 AI 기반 원격제어 인프라를 확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