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지하철 1∼8호선 첫차 시간을 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서울 지하철 노동조합(노조)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현재 오전 5시 30분인 지하철 첫차를 5시로 앞당기는 대신, 막차 시간을 오전 1시에서 오전 12시 30분으로 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제1노조)은 22일 성명을 통해 “지하철은 서울시의 정치 노리개가 아니다”라며 “노사 합의를 배제한 운행시간 조정 강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하철 첫차 시간, 오전 5시 30분→5시 추진

제1노조는 “첫차 시간 조정은 승객 수요 등 정책 실효성 진단과 더불어, 심야 연장운행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속에 다뤄져야 할 일"이라며 "열차 운행, 심야 시설·전동차 보수·점검, 역사 안전관리 등 업무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르는 문제이기에 다방면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첫차 시간을 변경하는 대신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노조·시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노동조건 변동에 대한 보완·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심야 연장운행 등 지하철 운행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1노조는 “(첫차 시간 변경은) 사규나 단체협약상 노사 협의·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근로조건 변동에 대한 철저한 보완·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서울교통공사 제3노조(올바른노조)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 정책을 비판했다. 제3노조는 “서울시는 새벽 시간 노동자를 위한다는 감성적인 이유만 언급할 뿐, 지하철 운행을 30분 앞당겨야 할 만큼의 구체적인 수송 수요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불필요한 인력·에너지 낭비일 뿐 적자에 허덕이는 공사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위(첫차 운행 시간 변경)”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 제3노조의 요구다.
3노조 이어 1노조도 반대 입장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첫차 운행 시간을 30분 당겼을 때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추산안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오전 5시부터 5시 30분까지 지하철 탑승 예상 수요는 2만 3087명이다. 오전 5시 30분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인원 중 지하철 이용 비중(71%)을 오전 5시부터 5시 30분 사이에 통행인원(3만 2520명)에 대입해 계산한 수치다.
이에 비해 오전 0시 30분부터 오전 1시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는 인원은 6986명이다. 결국 막차 시간을 당기면서 밤에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인원보다 첫차 시간을 당기면서 지하철을 타는 인원이 4.6배가량 많다는 것이 서울시 추산이다. 막차 시간을 30분 단축하면서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시민은 시내버스·심야버스(N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지하철 첫차 시간 조정은 근로시간 변경에 해당해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노조 관계자는 “협의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서울시가 첫차 시간 변경을 마치 확정된 듯 섣부르게 공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비판했다.
심야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반발도 서울시가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구로 매일 출퇴근하는 한 서울시민은 “심야엔 택시비 할증이 붙어 택시 타기 부담스러운데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당겨지면 교통비 지출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새벽 이동이 필요한 시민의 교통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며 “첫차 시간만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막차 시간도 앞당겨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력·에너지 낭비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