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짜리 한국의 환경 과대망상

2025-11-12

온실가스 주범 중ㆍ미 감축 미적대

배출량 미미한 한국만 자해적 규제

도덕적 이상 매달리다 자멸할 수도

가상의 사례다. 남해의 어떤 섬마을 지자체가 기후위기 대응에 모범이 되겠다며 ‘플라스틱 제로’를 선언했다. 비닐봉지와 일회용 컵을 전부 퇴출했고, 생분해성 어망 도입을 의무화했다. 하루 2t 남짓 하던 쓰레기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 관광객들이 “생수 한 병 사마실 수 없다”며 발길을 끊었고, 친환경 어망은 기존 제품보다 서너 배가 비싼 데다 잘 찢어졌다. 결국 마을 경제는 무너졌고, 주민들이 타지로 떠나면서 섬은 황량해졌다. 그래도 앞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여전했다. 정작 플라스틱 문제의 열쇠를 쥔 대도시와 거대 기업은 소극적인데, 환경 영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섬마을이 도덕적 이상에 매달리다 자멸한 셈이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판이다. 지난 11일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50∼60%’ ‘53∼60%’ 감축안보다 상한선은 올라가고, 하한선은 높은 쪽이 채택됐다. 정부 안이 미진하다는 환경단체의 입김이 반영됐다. 이미 하한선을 48%로 제시했던 산업계는 오히려 기존 안보다 높아진 NDC 목표에 망연자실이다.

당장 자동차업계는 2035년께부터 내연기관 판매가 사실상 중단돼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정유·철강·석유화학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탄소배출권 구매를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업종은 가뜩이나 국제경쟁력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런 추가 비용은 재앙이다.

발전업계도 매년 수조원대의 탄소 비용을 떠안아야 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는 전력 소비가 막대한 AI 분야에 치명상이 될 전망이다. 혹시 한국이 지구 온난화 해결에 핵심적 기여를 할 국가라면 이런 고통과 피해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6억8200만 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세계 10위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1.3%다. 그런데 1위인 중국은 무려 145억7760만 CO₂EQ로 전 세계 배출의 27.4%나 된다. 2위는 미국(53억7980만 CO₂EQ)으로 10.1%를 차지하며 3위는 인도(35억190만 CO₂EQ) 6.6%, 4위는 러시아(22억3370만 CO₂EQ) 4.2%의 순서다. 이들 4개국이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가량을 배출한다.

1.3%짜리 한국이 아무리 희생해 봤자 이들 4개국이, 특히 중국과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은 최근 2035년까지 고점 대비 7~10%를 감축하겠다는 밋밋한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은 아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약에서 탈퇴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를 ‘세계 역사상 최대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인도는 빈곤 탈출이 기후위기 해결보다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전쟁 중인 러시아에 온실가스는 한가한 얘기다. 다들 자기 잇속만 챙길 뿐 앞장서서 희생할 생각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NDC에 대해 “일부 고통이 따라도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NDC는 해당 국가가 자율 결정하는 것이며 수위가 낮다고 국제 제재를 당하는 사안도 아니다. 얼마든지 피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는 길이다.

한국도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온실가스는 기본적으론 중국·미국 등의 대형 배출국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미적대는데 한국만 도덕 선진국 코스프레를 하며 자해적 규제에 열심이다. 그래 봐야 아무 실효도 없는데 말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