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코치의 ‘성장하는 병원의 비밀’ 127
박종석 의료전문코치
한국코치협회 KPC, 코칭피아 대표

많은 병원에서 인사평가를 승진이나 연봉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데 병원의 인사평가는 단순히 구성원의 성과를 수치로 측정하고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를 넘어야 한다. 병원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조직으로서 구성원의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고 협업과 소통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인사평가는 조직이 지향하는 인재상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어야 하며 구성원과 병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되어야 한다.
인사평가를 대부분 승진이나 연봉 조정을 위한 절차로 활용하고 있어 구성원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유발할 수 있는 반면 병원의 인재상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평가의 성격은 달라진다. 평가가 ‘조직이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때 구성원은 조직의 기대를 명확히 알고 자신의 성장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인재상에 기반한 평가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추상적인 가치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책임감 있는 협업자’라는 인재상이 있다면 평가 항목에는 단순한 실적 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태도, 동료와의 소통 방식, 주도적인 학습 노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행동 중심의 평가 항목은 평가자에게는 공정한 판단 기준이 되며 피평가자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개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된다.
인사평가는 평가자의 일방적인 관찰이 아닌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자기평가, 동료 피드백, 그리고 평가자와의 코칭형 면담을 통해 구성원은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고 평가자는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평가를 성장과 대화의 도구로 활용하면 평가 과정 자체가 구성원에게 동기 부여와 지지의 경험이 된다. “당신은 병원의 인재상에 부합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평가야말로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평가 시스템은 병원의 채용, 교육, 보상, 승진 등의 인사관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인재상이 병원의 모든 인사 제도에서 일관되게 적용될 때 조직은 한 방향으로 정렬되고 구성원은 혼란 없이 기대되는 방향을 이해하며 행동할 수 있다. 평가 기준과 교육, 보상 체계가 통합적으로 운영될 때 인재상은 조직 문화 속에 녹아들고 병원은 건강한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병원의 인사평가는 사람에 대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결과 중심에서 가능성 중심으로, 비교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통제의 도구에서 관계의 수단으로 전환될 때 평가의 본래 역할이 회복된다. 구성원에게 “당신의 존재와 성장에 우리는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인사평가는 병원의 문화와 철학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평가라는 제도를 다시 설계하려는 작은 결심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