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농약 싣고 거친 오르막길도 ‘거뜬’

2025-05-13

“옛날에 밭일해주던 소처럼 졸졸 뒤따라오니 친구 같아요. 경운기보다 안전하고 조작법도 간편해 농사지을 때 든든합니다.”

충남 당진에서 만난 고추농가 장동관씨(66)는 휴대전화를 새로 산 아이처럼 국내에서 1호로 구입한 대동의 운반로봇 ‘RT100’을 열심히 자랑했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시연하고 싶어선지 RT100 시동 열쇠를 연신 만지작거렸다.

전면 우측 상단에 있는 시동 조작부에 키를 꽂고 돌리자 헤드라이트가 번쩍였다. 장씨는 익숙하다는 듯 전면부 중앙 상단에 있는 와이어를 당겨 뒷짐을 지은 상태로 오르막길을 올랐다. RT100은 장씨의 발걸음에 맞춰 일정한 속도로 그의 뒤를 좇았다.

RT100은 유선추종센서(TFS·Tether Following Sensor)가 장착돼 있어 와이어를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와이어를 잡아당긴 상태로 작업자가 출발하면 늘어난 길이만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농민이 걸음을 멈추면 운반로봇도 따라서 정지한다.

올 3월 운반로봇을 구매한 그는 “소유한 농지 대부분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해서 경운기로 비료·농약 등 농자재를 운반하기 어려웠다”며 “경운기로 이동하다가 전복될 뻔한 적이 많아 지난해까지는 전체 농지 6612㎡(2000평) 중 40%에서만 고추를 재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T100은 경사가 급해도 농자재를 운반하는 데 무리가 없어 올해에는 모든 농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씨는 “RT100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어 경운기로 다니기 불편했던 좁은 농로·농지에서 활용성이 높다”며 “경운기로 먼거리를 이동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 로봇은 트럭에 싣고 이동할 수 있어 농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RT100은 전동 기반으로 소음이 적고 매연이 없어 비닐하우스 내에서도 사용하기 좋다. 적재함에 최대 300㎏까지 실을 수 있고 높이를 최대 52㎝까지 올릴 수 있어 트럭에 바로 짐을 옮기기도 편하다.

여준구 대동로보틱스 대표는 “RT100은 대동이 출시할 운반로봇의 초기 버전으로 실속형 농기계”라며 “올해 리모컨 원격 조종 모델과 자율주행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RT100을 기반으로 방제·제초·수확 로봇 등 사용자 중심 농업로봇을 잇따라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진=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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