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보수우파...계엄-탄핵-부정선거 따라 ‘대분열’ 중

2025-02-02

크게 세 그룹, “죽 잘 맞던 사이가 어느새 밥 먹기 불편해져”

‘계엄 찬성-탄핵 반대-부정선거론 동의’가 절대다수, ‘적신호’

‘계엄 이해-탄핵 포기’, ‘계엄 반대-탄핵 찬성’...제2, 제3 그룹

“이 모든 게 尹과 부정선거 광신 보수 유튜버들 선동 탓”

보수우파가 갈가리 찢어지고 있다.

여론조사들 결과가 보수층의 결집으로 해석되고는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색깔, 다른 목소리들이 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비슷한 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4분 5열인데, 그나마 한 가지 일치하는 것은 이재명 반대다. 지금은 잠재 보수 후보들이 많아 지지가 나뉘고 있지만, 어느 한 주자가 대세를 타게 되면 그쪽으로 쏠리게 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양자 대결이 되면 결국 51 대 49 싸움으로 압축되고 지난번처럼 1% 포인트 이내 표 차로 승부가 또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 보수우파의 대분열은 이 점에서 적신호다. 후보 단일화 자체가 심한 난항을 겪을 것이다.

단일화가 되더라도 누수(漏水) 표가 상당수 나오기 쉽다. 서로 감정의 골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생각과 입장이 다른 이들에게 적대적으로 변한 사람들이 꽤 많다.

같은 보수인데 왜 적대적이냐고? 결코 과장이나 자해(自害)가 아니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동훈 배신자론이 낳은 친윤과 친한의 앙숙 관계를 보면 그렇다.

요즘 보수우파들은 만나서 얘기할 때 말을 극도로 조심한다. 상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몰라서다. 자칫 잘못 말을 하게 되면 서먹서먹해져 버린다. 말을 안 섞을 뿐 아니라 마주치기도 싫은 진보좌파 대하듯 하게 된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60대 부부는 스스로 합리적 보수우파라고 생각하는 엘리트 계층에 속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윤석열의 계엄에는 당연히 비판적이다. 이들이 그동안 정치 성향이 같아 죽이 잘 맞았던 동호회 멤버와 최근 부부 식사 모임을 하고 나서 보수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정파가 아니란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명문 대학들을 나온 이공계 전문 직업인 부부가 부정선거를 틀림없는 사실로 믿고 있고, 계엄 사고를 친 윤석열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태도를 보여 놀란 것이다. 미국 대학 출신 박사도 부정선거 주장에 넘어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자연히 이들은 그 부부를 대하는 마음이 예전과 미묘하게 달라졌다. ‘만나면 좋은 친구’가 ‘만나면 말을 삼가는 사이’로 변했다. 보수우파의 앞날에 좋지 않은 징조다. 이들이 선거 때는 거짓말처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필자가 SNS에 올리는 글의 반응을 봐도 보수 대분열은 확연히 느껴진다.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의 면면이 확 달라졌다. 눈에 익은 사람들 이름이 언젠가부터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거의 다 없어졌다. 이젠 80~90%가 새로운 이름들이다. 떠난 ‘대깨윤’들 대신 합리적 온건파(?)들이 열성 구독자 자리를 메운 것이다.

보수가 나뉜 갈래는 대강 3개 정도로 첫 번째가 윤석열 지키기 그룹이다. 계엄을 지지하고 탄핵에 절대 반대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체로 공감한다. 한남동에 가서 드러눕기도 한다.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보수 인구 중 70~80%로 추산되며 나이들이 많은 편이다.

이 중에는 처음부터 악을 쓰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계엄 직후엔 전체 다수 국민 여론에 밀려 잠시 윤석열과 거리를 두었다가 이 그룹으로 ‘결집’한 것이다. 탄핵과 수사 국면에서 상황이 바뀌자 윤석열 옹호로 돌아섰다. 이재명 집권 위기의식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2그룹은 ‘계엄 이해-탄핵 포기’ 입장이다. 계엄을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민주당의 국회 독재 등 윤석열이 주장하는 계엄 선포 이유를 이해한다는 쪽이다. 소극적 지지다.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반반이다.

이들은 탄핵에 대해서는 인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포기한 상태다. 윤석열이 계엄 할 만도 했으나 파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합리적 보수우파에 가깝다. 그러나 숫자는 많지 않다.

나머지 제3그룹은 ‘계엄 반대-탄핵 찬성’ 또는 ‘인정’ 입장이다. 계엄은 적극 반대, 탄핵은 찬성하거나 최소한 인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부정선거론을 한심하게 여긴다. 친한계 지지 보수우파들이 이쪽이다. 숫자도 가장 적다.

이 세 개 그룹으로의 분화는, 적어도 제1그룹과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상 남이다. 서로 밥 먹기가 불편할 정도가 됐으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이래서 후보 단일화도 쉽지 않거니와 된다고 하더라도 한 표의 이탈 없이 반 이재명으로 모일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보수 진영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골이 너무 깊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게 우선 윤석열 책임이 크다. 그는 계엄령 발동과 ’당에 거취 일임‘ 약속 뒤집기를 비롯한 큰 실수와 잘못에 이어 보수를 자기를 지지하는 편만으로 국한하는 행동을 해왔다. 국격과 국익에 막대한 손상을 입힌 무모한 충동에 대해 책임 짓는 자세 대신 변명과 반발로 지지자들을 불복 전선으로 내몰았다.

여기에 부정선거 선동 유튜버들의 역할 또한 지대하다. 보수 갈라치기는 사실 이들이 한동훈 배신자론을 선창할 때부터 시작했다. 독버섯들이다. 윤석열이 이들을 믿고 의지했다는 게 나라의 비극이고 보수의 비극이다.

똑똑하다는 지식인들까지 꼴통 보수 광신도 유튜버들에게 현혹돼 얼마 안 되는 진영을 몇 갈래로 찢고 있는 게 작금의 보수우파다. 윤석열 이후가 되면 다시 하나로 모이겠지만, 앙금은 남을 것이다. 그가 부재하면 합리적 그룹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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