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채권 93% 충당금 설정…출자 법인, 전액 손상 처리
디스플레이 사업 중단 후 재무 악화…신사업 성과 부진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현대바이오가 수년간 지속된 수익성 악화와 재무 건전성 우려에 직면했다. 바이오 신사업 투자 비용 증가와 함께 기존 주력 사업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최대주주 등과 맺은 매출채권의 손상차손 등으로 인해 재무 구조와 영업 실적도 급격히 악화했다. 회사 자금은 최대주주 및 관계기업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신사업인 바이오 부문의 성과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눈덩이'…결손 급증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바이오는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채권 약 68억원 중 64억원 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율은 93.47%에 달한다. 사실상 100%에 육박하는 외상 매출을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현대바이오의 매출채권 대손충당금은 절반 이상이 관계기업에서 발생했다. 종속 및 관계기업에서 발생한 대손충당금은 34억원을 넘어선다. 현대바이오가 지분 30%를 확보한 미국 합작판매법인 ‘VITABRID INC’에서 발생한 매출채권 약 18억원 중 17억원 정도가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됐다. 현대바이오는 해당 법인에 약 20억원을 출자했는데 3분기에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설정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2018년 기존 주력사업이던 발광다이오드(LED) 및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중단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2018년 3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19년 12억원으로 급감했으며, 2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94억원, 97억원을 기록했다.
관계기업 투자 손실 등으로 순손실 폭은 더욱 컸다. 최근 5년간 현대바이오가 인식한 순손실만 575억원에 달한다. 순손실이 누적되면서 결손금도 급증했다. 2019년 618억원이던 결손금은 2022년 1095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결손금이 149억원으로 감소했지만, 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CB 주식전환으로 발생한 주식발행초과금을 2022년 결손보전에 사용해 회계상 자본 이동이 발생했을 뿐이다.
바이오 신사업 성과는 아직
바이오 신사업에 대한 성과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2019년 이후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매출은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 매출액은 대부분 ‘바이오 양모제(탈모약) 및 화장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무고통(pain-free) 항암제 ‘폴리탁셀(Polytaxel)’은 전임상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근 현대바이오는 유상증자 소식과 함께 해당 항암제의 사람·동물 임상을 동시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증 자금으로 한국과 호주에서 폴리탁셀 췌장암 임상 1/2a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폴리탁셀은 최근 반려견 항암제로 유효성 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1년부터 추진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 역시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긴급사용승인 신청과 별도로 지난 8월 고위험군 환자 대상 제프티의 임상 3상을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또 현대바이오는 ‘제프티’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뎅기열, 엠폭스(원숭이두창), 에이즈, 에볼라 등 16개 계열의 33개종 바이러스에 대해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다고 밝히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대바이오가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연구개발에 사용한 비용은 295억여원으로 이 기간 매출액(391억원)의 75.45%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련주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고 엔데믹 이후에도 몇몇 관련주들은 관련테마에 오르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연구개발 등에 자금투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제 성과가 확인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녹색경제신문>은 폴리탁셀 및 제프티 임상 관련 진행사항 문의 등 현대바이오 측의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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