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도심 주요 도로에 상판을 얹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도시철도 4호선 건설(경향신문 2023년 11월20일자 12면 보도)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는 28일 설명회를 열고 기존 계획대로 ‘철제차륜 AGT(자동안내주행차량)’ 방식을 적용해 도시철도 4호선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과 같은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초 대구시는 3호선과 같이 4호선에도 모노레일 방식을 적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의 모노레일 제조업체인 히타치(HITACHI)사와 협의했지만 불가능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협의 당시 히타치사는 차량의 안정성을 인증받는 ‘형식승인’ 절차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철도안전법’에 따라 2014년부터 관련 절차는 의무화돼 있다. 대구시는 국토교통부에 관련 사항을 논의했지만 면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히타치사는 3호선과 동일한 차량 기준으로 (4호선을) 납품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이 역시 형식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협의가 불가능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히타치 측은 실제 계약이 이뤄질 경우 국내 업체가 주계약자가 되고, 자신들은 하청업체로만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대구시는 밝혔다.
대구시는 주계약자가 되면 형식승인 등 복잡한 절차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참여를 꺼렸다고 설명했다. 히타치 역시 기술만 공급하는 방식 외에는 참여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대구시는 도시철도 4호선을 지하화할 경우 사업비가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나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만큼, 사업이 미뤄지거나 무산될 위험도 있다고도 밝혔다.
허준석 대구시 교통국장은 “결국 법적이나 기술적, 계약 구조상의 문제로 모노레일 방식 도입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거듭된 설명에도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AGT 방식 강행을 우려한다.
대구시는 안전 및 유지 관리에 따른 효율성을 고려한 ‘현실적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AGT 방식으로 건설된 차량이 도심 상공을 달리는 과정에서 소음과 분진 피해는 물론 일조권까지 침해받는 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앞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히타치사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근거로 모노레일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지난 2월쯤 핵심 기술의 국내 사업자에 판매 가능 여부에 대해 물었다.
이에 히타치사는 “한국 차량제조사가 (차량공급) 주계약자로 참가해 당사가 그 하청으로서 기술이전·중요장치의 공급을 함으로써 이것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우 의원측에 밝혔다.
이 제작사는 또한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과거에 당사가 제시한 사실은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히타치가 대구 도시철도 4호선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기술 유출 우려와 과도한 형식승인 비용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과 12월에도 각각 대구시-국민의힘 예산 정책협의회와 대구시의회에서 모노레일 방식으로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단체인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시민 603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모노레일 건설 방식에 힘을 싣기도 했다.
당시 이 단체는 “AGT 철제차량 방식으로 절대 설치하면 안 되고 재검토 후 설치해야 한다”는 답변이 579명(96%)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대구시 방침대로 AGT 차량 방식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답변은 24명(4%)에 불과했다.
우재준 의원은 “AGT 방식에 따라 고가도로와 유사한 교각 구조물이 설치되면 일조권 침해와 도심경관 훼손, 사업구간 슬럼화, 소음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구시가 지역사회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도시철도 4호선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총연장 12.6㎞ 구간(수성구민운동장~동대구역~경북대~엑스코~이시아폴리스)에 정거장 12개와 차량기지 1곳 등을 짓게 된다.
이 방식에 따르게 되면 노선 전체를 따라 도로 한가운데에 약 19m의 기둥을 세우고 상판(폭 7.69m)을 올려 철로를 만들게 된다.
허준석 시 교통국장은 “국내 기술로 형식승인을 마친 AGT 방식을 최적화해서 4호선 건설을 추진하겠다”면서 “시민의 우려를 해소하고 빠른 개통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