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캐나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무역협정 서명을 이끌어내고,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유지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내면서 참여국 정상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의 친구'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이번 캐나다 G7에서 최소 2개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하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협정 체결이다. 미·영 정상은 전날 캐나다 앨버타주의 휴양도시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G7 회담에서 양자 회동을 하고 양국 간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은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관세 25%보다 크게 낮은 10%의 관세율을 영국산 자동차 연간 10만대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영국이 공급망 안보 등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고려한다는 조건으로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최혜국 대우 세율을 적용할 쿼터를 신속히 설정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NYT는 "스타머 총리는 이번 합의를 위기에 처한 자국 자동차 산업의 승리로 홍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무역협정 마무리 외에도 스타머 총리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오커스를 유지하겠단 약속도 얻어냈다.
영국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영국·호주와 맺은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려를 표명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때 체결된 오커스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판매하고 영국이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보 조약이다.
스타머 총리가 G7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이처럼 구체적 성과를 올린 데 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트럼프가 G7 정상회의 참석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길에 나서자 마크롱은 트럼프가 이란-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상을 위해 회의장을 미리 떴다고 말했는데,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반박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주목 받고 싶어 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논의를 위해 G7을 떠나 워싱턴DC로 돌아간다는 잘못된 언급을 했다"면서 "고의든 아니든 에마뉘엘은 늘 틀린다"고 적었다.
이처럼 트럼프가 마크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마크롱이 G7 정상회의에 오기 직전 그린란드에 들렀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G7에 참석한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마크롱이 그린란드를 경유한 것이 트럼프를 자극했고, 트럼프의 조기 귀국 결정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막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된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편입시키고 싶다며 눈독을 들여온 곳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5일 그린란드에 들러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모든 이들은 그린란드가 매물이 아니며 (강제로) 가져갈 수 있는 곳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린란드의 주권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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