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의 수출규제에 맞서 희귀 광물 및 희토류 탐사에 매년 약 20조 원을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제조업에 필수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강화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2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 내용을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 해 중국의 성급 지방정부 가운데 절반 이상이 광물 탐사에 대한 보조금을 올리거나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주요 자원 생산지인 서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경우 지질탐사 관련 지원금이 2023년 1억5000만위안(약 303억원)에서 올해 6억5000만위안(약 131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고, 광물 탐사권 발급 건수도 훌쩍 뛰었다.
또 중국 정부는 2022년 이후 매년 지질 탐사에 1000억위안(약 20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0년 가운데 최대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 정책 분석·연구기관 트리비움차이나의 코리 콤스 부소장은 중국이 원자재 시장 사이클과 상관없이 국내 광산 부문에 보조금과 세금 인센티브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적으로 보면 엄밀히는 낭비이지만 정치·경제·안보적으로는 전혀 낭비가 아니며 비용만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은 희귀 광물 및 희토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집계하는 44가지 필수 광물 가운데 30가지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공급된다. 이처럼 이미 중국이 충분한 자원 공급망을 확보한 가운데서도 대규모 정부 지원을 이어온 데는 미국과의 기술 및 관세 전쟁이 지목된다.
한편 미중간 무역 전쟁으로 주요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가 진행되면서 중국에서 생산되는 주요 광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코발트, 비스무트, 안티몬 등의 가격이 몇 달 새 많게는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과 중국이 자원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일부 광물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최첨단 반도체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희귀 금속인 안티몬은 지난해 9월 중국이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이후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향을 받고 있는 광물 중 하나다. 아시아 메탈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80일 동안 중국에서 안티몬 잉곳 가격은 21.8% 이상 급등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32.85%나 급등했다.
금속 합금, 의약품, 전자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광물인 비스무트의 가격도 중국에서 급등하고 있다.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어바이인닷컴에 따르면 비스무트는 지난해 12월 최저치인 톤당 7만3528위안에서 이달 10일 13만6100위안까지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직후인 지난달 비스무트와 텅스텐, 텔루륨, 인듐, 몰리브덴 등 4개 금속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생산업체가 중국에서 해당 금속을 수출하려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많은 전략 광물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전 세계 비스무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비스무트 수입량의 약 2/3은 중국에서 수입됐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또 다른 금속은 전기 자동차와 휴대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다.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이 생산 과잉으로 인해 지난 2월 일시적으로 코발트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금속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황산코발트 가격은 48.5% 상승한 톤당 3만9500위안, 사산화코발트 가격은 44.1% 상승한 톤당 16만0000위안으로 상승했다.
FT는“중국에 광물 공급망은 미국과 무역 및 기술 경쟁에 지정학적 지렛대로 작용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 자원 자급자족을 달성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망을 달성하고자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미중 긴장 고조로) 시 주석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첨단 제조와 신흥 첨단기술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