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축구계에서 경기 전 선수들과 함께 입장하는 ‘마스코트 어린이’ 제도가 상업화 논란에 휩싸였다. 몇몇 구단은 중병을 앓는 아이들을 초청해 무료로 참여시키지만, 상당수 구단은 수백에서 수천 파운드에 달하는 ‘입장료’를 부과하며 팬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고 가디언이 지난 6일 전했다.
경기 전 선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일은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잉글랜드 일부 구단은 이 ‘꿈의 경험’을 고가의 패키지 상품으로 바꾸고 있다. 더 풋볼 마인 칼럼니스트 리처드 포스터는 가디언을 통해 “축구의 낭만은 죽었고, 이제는 화장됐다”고 비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리버풀, 첼시,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등 상위 6개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마스코트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맨유는 장기 또는 말기 질환 아동에게 우선권을 주며, 재단 경매를 통해 참여 기회를 기부금 형태로 제공한다. 지난 시즌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마스코트로 선발되기 위한 낙찰가는 5531파운드에 달했으며, 해당 금액은 맨유 재단의 지역사회 교육 사업에 쓰였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등급별 요금제를 운영한다. 일반 경기(Grade B)에는 ‘실버 패키지’가 255파운드, 인기 경기(Grade A)에는 ‘골드 패키지’가 520파운드다. ‘골드 패키지’는 선수단과의 사전 만남, 싸인 유니폼, 경기 프로그램에 실린 사진, 전용 사진 링크 등을 포함한다. 노팅엄 포리스트는 ‘커뮤니티 트러스트’를 통해 경기당 1명의 무료 마스코트를 선정하지만, 그 외의 자리는 전액 유료다. 2025-26시즌 마스코트 패키지는 이미 매진됐으며, 가격은 2000파운드부터 시작한다. 패키지는 네 명(아이 1명과 보호자 3명)이 포함되며, 경기 전 4코스 식사와 와인 치즈 서비스가 제공된다.
리버풀대 축구재정 전문가 키런 맥과이어는 “이건 축구 산업 전반의 상업화 흐름의 축소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제 구단은 팬 경험의 모든 순간을 상품으로 만든다. 마스코트도 예외가 아니다. 구단의 상업 담당자들은 수익 압박에 시달리고, 구단주는 돈의 출처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기당 10명의 마스코트를 받아 각각 500파운드씩 받는다면, 한 경기에서 5000파운드, 시즌 20경기로 환산하면 10만 파운드가 된다”고 분석했다.
웨스트햄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은 경기당 마스코트를 최대 22명까지 받는다. 경기 등급에 따라 375파운드를 받으며, 시즌 최소 19경기를 기준으로 연간 12만5000파운드 이상을 벌어들인다. 웨스트햄 여성팀의 마스코트도 유료인데, 그 비용은 65파운드다.
이 같은 현실은 영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당 캐롤라인 다이넌지 의원은 “아이들의 꿈을 상업화하는 건 유감스럽다”며 “이로 인해 많은 어린 팬들이 경험할 기회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클라이브 에퍼드 의원은 “TV 중계권으로 수억 파운드를 벌어들이는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아이들에게 참가비를 요구하는 건 탐욕의 극치”라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부리그 구단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리그1 중위권 팀 반즐리는 루턴타운과의 경기에서 마스코트 기본 요금을 199파운드로 책정했으며, 아이는 반드시 클럽 공식 유니폼(80파운드 별도 구매)을 착용해야 한다. 이처럼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여전히 신청서를 내고 있으며, 구단들은 “수요가 꾸준하다”고 항변한다.
맥과이어 교수는 마지막으로 “나도 손녀가 몇 년 뒤 마스코트 기회를 얻는다면, 비난하면서도 아마 돈을 낼지도 모른다”며 “축구의 낭만이 사라진 세상에서 남은 건 냉혹한 상업 논리뿐”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어린이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마스코트 제도가, 팬문화의 순수함이 시장 논리에 포획된 현대 축구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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