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기고〉영어습득 의미를 깨닫는 진짜 수업을 위한 여정

2025-01-05

학생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영어' 수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그와 함께 영어 '수업'에 대한 고민도 늘 찾아온다. 외국의 말을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왜 필요할까? 그 배움은 어떻게 구성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언어는 다양한 언어의 소재, 가령 단어와 문법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전달하려는 의도나 다른 사람, 매체로부터 전달받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상호작용과 소통의 과정임에 동의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수업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이런 경험에 얼마나 빠져들게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반성할 지점이 많다. 한 단어라도 더, 문법요소 하나라도 더 가르치는 것만큼 한 단어라도 더, 한 문장이라도 더 잘 말하거나 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나의 영어 수업에 대한 지금이다.

그렇다면 배우는 과정은 어떤가?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도 있듯이, 배움이란 원래 지난한 과정에서 머리와 마음이 지적, 정서적인 분투를 거쳐 하나씩 쌓아 올려가거나, 때로는 갑작스러운 아하 모먼트에 다다르기도 하는 과정이다. 그 장면마다 도움닫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학생과 학생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의미를 구성해나가는 과정, 이러한 점들이 나의 영어 '수업'에 대한 생각이다.

영어수업에 참여할 아이들은 어떤가? 중학교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여자중학교의 학생들. 일거수일투족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고 평가받을지 신경을 쓰고 고민하는데 여념이 없을 아이들에게 학교와 교실은 인지·정서적으로 덜 안전한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전의 나는 이런 생경한 상황에서도 학습의 틀로 아이들을 과감하게 떠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뇌도 마음도 얼어붙은 아이들을 학습의 바다로 빠뜨리는 것은 아이들을 당황하고 허우적거리게 할 뿐이었다. 학생들은 학기 말 강평 과정에서 아이들은 '재미는 있었지만 무엇을 배웠는지 머리에 잘 남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가감없이 하기도 했다.

이 지점이 AI 디지털교과서와 내가 협력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을 다각도로 수행하게 하며 관찰하고 피드백하기를 강조하는 것은 영어과의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투입(input)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의 생각을 끌어내고 협력하게 만드는 것은 인지적으로 어렵거니와, 결국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도 너무 도전적이다.

이 때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이 필요한 속도와 필요한 분량에 맞춰 원하는 영역의 학습 과제를 선택하고 반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나의 대화나 글을 이해하기 위해 난이도별로, 학습 영역과 범위(가령, 어휘, 문법, 문장 등)에 따라 설계된 다양한 활동들을 비계(Scaffolding)로 삼아 학생들은 단어부터, 어떤 학생은 대화를 반복해서 들어보면서 기본적인 의미 이해에 도달한다. 학생들은 작은 성취감을 쌓아간다.

한편 나는 그 과정을 대시보드를 통해 관찰하면서 아이들 개개인의 학습 경향과 속도를 지켜본다. 여기서 어떤 안내 질문을 더할지, 칭찬에 얼마나 구체성을 가져갈지 고민한다. 개별 탐색 시간이 마무리됐다. 이제 모둠원과 이야기해볼 수 있는 단서와 내용을 파지한다.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학생들을 함께 문법의 규칙을 발견하거나 기능문의 특징을 정리하는 모둠 또는 학급 단위의 토의에 참여시킨다. 학생들은 자신이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부분을 친구들로부터 듣거나, 자신이 이해했던 것들을 자신있게 말하는 과정에서 되려 인지적 갭을 발견하고 학습자료로 돌아가기도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학습한다는 것이 서로 완전히 다른 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교육과정을 밟아 나가지만, 그 도움과 비계의 개별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선생님이 수업 시작과 함께 제시했던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개별로 정리하며 성찰의 시간으로 수업을 닫는다.

AI 디지털교과서와 함께 설계하는 수업 속에서는 개별 맞춤, 그리고 학생의 맥락을 고려한 수업으로의 초점을 더욱 선명히 할 수 있다. 수업 설계의 전문성을 발휘할 책임이 있는 우리 교사는 수업(교사가 아니라 학습의 경험)이 학습자의 관점에서 얼마나 친절하게 설계되어 있는가를 되짚어 봐야 한다.

그 근거는 학생들의 반응과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도출될 수밖에 없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그 과정에서 교사를 분석되고 누적된 데이터로서 지원한다. 이를 통해서 전문가로서의 교사는 UX(사용자 경험), 그러니까 LX(학습자 경험·Learner Experience)을 고려하는 수업이 더욱 섬세하게 고민하고 구현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로 말미암아 학생들이 저마다의 배움의 코어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수업을 기대해본다.

조래정 포천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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