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중국 장학사업, 취약층 넘어 장애가정으로 확장

2025-11-20

이랜드

14년간 고교생 3만명 613억 지원

중국장애인복지기금회와 협약

10년간 1만명 장애가정 돕기로

한·중 민간복지 협력 모델로 평가

이랜드그룹이 중국에서 14년째 이어온 장학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1월 7일, 베이징 중국장애인연합회 본부에서 이랜드그룹과 중국장애인복지기금회가 향후 10년간 장애가정 청소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공동 장학 프로그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협약은 2011년 시작된 ‘양광장학사업’을 기반으로 그동안 경제적 취약계층 고등학생 중심이었던 지원 대상을 ‘장애가 있거나 장애인 가족을 둔 고등학생’까지 확장하고, 현지 정부기관·공공기관·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상설 협력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랜드는 매년 1000명의 장애가정 청소년을 선발해 3년간 학비·생활용품·멘토링을 종합 지원하며, 장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하게 된다. 협약식에 참석한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는 “이랜드의 장학사업은 사랑이 국경을 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천적 사례”라며 “이번 협력은 양국이 추구하는 포용과 공생의 가치를 교육을 통해 실현하는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약은 기업의 사회공헌을 넘어선 ‘한·중 민간복지 국제협력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지원 받던 학생이 선생님으로 ‘나눔 선순환’

그간의 성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3만5233명의 장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 진학률은 92%에 달한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중국 상위 10개 명문대 진학생만 1393명에 달한다. 누적 장학금 규모는 약 3억2000만 위안(한화 613억 원)에 이른다. 이랜드가 중국 사회에 환원한 누적 기부액은 약 11억7500만 위안(2200억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더 큰 가치는 ‘받은 이들이 다시 주는’ 선순환의 구조다. 2017년부터 대학생 장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양광교육봉사단’은 지금까지 7009명이 참여해 9개 성, 37개 시에서 8만5609명의 아동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온라인 멘토링을 이어가며 ‘배움이 멈추지 않는 나눔’을 실천했다.

섬서성의 한 농촌 마을에서 자란 아이징원(20)은 3살 때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었다. 그는 조부모의 손에서 자랐지만, 형편이 어려웠다. 아이징원은 진학을 포기하려던 시기, 이랜드 양광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 치료비 지원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갔고, 대학 진학의 문도 열렸다. 이랜드가 정책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4년간 등록금 전액 장학금이 약속될 수 있도록 중간역할을 하면서 그는 의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1학년에 입학할 수 있었다.

올해 겨울방학,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이었다. 마을 아이들을 모아 국어·수학을 가르치고, 진학 상담을 해주며 자신이 받은 도움을 되돌려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그는 ‘마을에서 처음 대학에 간 언니’이자 가난해도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살아 있는 증거다.

허난성에서 태어난 장챵챵(29)은 맏이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했고, 어머니 역시 유전적으로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었다. 2013년, 그의 가정은 중국 정부가 지정하는 ‘절대빈곤 가정’으로 분류됐고 최저생계비에 의존해 근근이 생활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에 막 입학한 장챵챵에게 가장 큰 고민은 학비였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던 중 이랜드 양광장학금을 알게 됐고, 신청 끝에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후 3년간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간 그는 2016년 마침내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양광교육봉사단’ 활동에 참여했다. 허난성 봉사단 리더를 맡아 방학마다 농촌 지역을 돌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장학생이 ‘수혜자’에서 ‘나눔의 주체’로 바뀐 순간이었다. 지금 장챵챵은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다. 결혼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동생 2명도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는 여전히 지역사회 봉사단체 활동을 이어가며 여러 차례 ‘우수 시민’으로 선정됐다.

이랜드 사회공헌팀에 보낸 그의 문자 메시지는 양광장학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앞이 보이지 않던 시절, 이랜드의 도움은 제게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끝까지 버텨도 괜찮다’는 격려였어요. 이제 저는 그 빚을 갚는 마음으로, 더 많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중장기 사회공헌 모델로 발전

최종양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협약식에서 “이랜드는 중국에서 성장한 기업으로서 이 땅에서 받은 것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라며 “장애가정 청소년이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실효성 있는 사회공헌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이랜드의 장학사업이 ‘한 학생의 지원’을 넘어 지역의 교육 생태계와 사회적 자본을 복원하는 국가 단위 모델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14년 동안 쌓아온 씨앗은 나무가 됐고, 그 나무들이 숲을 이뤄 다음 세대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랜드의 ‘다음 10년’은 이제 한·중 양국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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