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구의회, 연수길 취소 '자숙 모드'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국외 출장비 부풀리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광주시 광산구의회가 대만 등 해외 연수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동·서구의회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관련 일정을 모두 취소하며 '자숙 모드'에 들어간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3일 광산구의회에 따르면 구의원들은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대만과 중국, 홍콩 등으로 '국외 공무 출장'을 떠난다.

이번 출장에는 5명의 의원과 사무국 직원 2명 등 총 7명이 참여하며 출장 경비로 총 1531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출장 목적은 현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정책과 스마트시티 구축 사례를 살펴 지자체 행정 효율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첫날인 18일부터 20일 사이에는 타이베이시의회, 단수이 수자원 재활용 센터, 타이베이 공립도서관 베이터우 분관 등 공식 기관을 방문한다. 이어 21일에는 홍콩의 대표적인 전통 야시장 '레이디스마켓'과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 '서구룡 문화 지구'를 방문한다. 22일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중국 기업 '심천 BGI'을 방문한다.
이 중 레이디스마켓과 서구룡 문화 지구 방문은 'AI를 배우고 오겠다'는 출장 목적과는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경찰 수사로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연수길에 오르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물음표가 찍힌다.
박재만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그동안 해외 연수에 대해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외유성 성격이 짙고 보고서도 짜깁기해서 엉터리로 쓰지 않았느냐"며 "얼마나 알차고 실속 있게 준비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한창 출장비 부풀리기로 시끄러운데 꼭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단 국외연수심사위원회가 적절하게 구성됐는지 중요하다"며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구성해 버리면 같은 문제는 매번 반복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산구의회 관계자는 "의원들 간에 논의 중이긴 하나 계획대로 추진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경찰청은 사기 혐의로 동구·서구·광산구의회 사무국 등 직원 10여 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는 중이다.
최근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국외 출장비 자료 등을 확보했다.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들은 국외 출장 항공권 영수증을 위조·변조해 실제 비용보다 높은 금액을 책정한 뒤 차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입건자 중 구의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향후 수사를 통해 정확한 내막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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