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폭우·산불 등 다양한 기후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올여름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폭염을 겪었죠. 기후 문제 해결이 국제적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환경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2019년 기후변화를 교육과정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최초의 국가로, 6~19세 학생들에게 매년 33시간의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요. 스웨덴에서는 여러 교과목에 걸쳐 기후변화에 대한 통합 교육을 시행하며, NGO와 협력해 학생들에게 다채로운 교육자료를 제공하죠. 이에 반해 한국은 1995년 환경 과목이 정규과정으로 개설되었으나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으로 지정됐고, 전국 중학교의 환경 과목 개설률은 7.9%, 고등학교는 31.7%에 불과하죠. 또한 전문 환경 교사가 아닌 외부 강사나 일부 교원이 겸임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5월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가 전국 어린이·청소년 10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3%가 ‘환경 교육이 부족하거나 거의 배우지 못했다’고 답해, 공교육 내 환경 교육이 배제되고 있는 점을 보여줬죠.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 기후변화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환경재단이 지난 8월 3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중·고등학생 청소년 대상 ‘2025 제2회 기후수학능력시험(이하 기후수능)’을 개최했습니다.

기후수능은 교과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환경 교육을 보완하고,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기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교육형 시험이에요.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일부 기후·환경 관련 문항이 등장하지만, 기후위기를 독립적 주제로 다룬 사례는 거의 없죠. 김이재·정하은 학생기자가 기후수능에 도전했습니다. 수험표를 받고 넓은 강당에 들어서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책상에 환경에 관심 많은 학생들이 앉아 있었어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81명이 참여했죠. 교육부 정규 교과 과정에서 환경 교육 대상인 학년대입니다.

기상캐스터 출신으로 4년 전부터 기후 환경 분야의 장벽을 낮추자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직업을 만들어 활동 중인 정주희 기후캐스터가 진행을 맡았죠. 시험에 앞서 최기영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 이사장이 “대한민국 교육의 대표 상징인 수능이라는 형식을 빌려 기후 문제를 우리의 삶 속으로 끌어오고자 했습니다. 이 시험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 문제를 나의 일로 느끼고 함께 해결해 나갈 기후 리더로 성장하길 바랍니다”라고 인사말을 전했어요. 이어 정 캐스터가 깜짝 퀴즈를 냈습니다. “한국의 전체 교원 수가 50만 명이 됩니다. 그중 환경교사는 28명인데요. 그렇다면 서울에는 환경교사가 과연 몇 명일까요?” 여러 학생이 손을 들어 3명, 5명, 2명 외쳤는데 정답은 1명이었죠. 서울에 한 명밖에 없는 환경교사이자 기후수능 출제위원인 신경준 숭문중학교 선생님은 “오늘 경험을 오랫동안 기억하시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용기를 갖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학생들을 격려했죠.

기후수능은 60분간 객관식 38문제, 주관식 2문제로 진행됩니다. 문제지는 물론, OMR 답안지에 정답을 마킹하는 것도 수능과 유사한 형식이죠. 감독관이 들어오고 10분 전에 예비령, 5분 전에 준비령까지 울리자 실제 수능 시험장 같은 분위기가 됐습니다. 신호음을 시작으로 일제히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나더니 교실 안에는 시험지를 펼치는 바스락 소리와 답안지 칸을 채우는 사각거림만이 남았죠. 시험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도 수능만큼 진지했어요. 시험 문제는 2022년 개정된 환경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교과서 내용뿐 아니라 탄소중립·생물다양성 등 최신 기후 이슈를 포괄하는 시의성 높은 문항들로 구성됐죠.

따로 공부하지 않고 평소 상식으로 시험을 치른 소중 학생기자단은 “너무 어려웠어요”(이재), “반도 못 맞출 것 같아요”(하은)라고 소감을 밝혔죠. 시험이 끝난 후에는 제1회 기후수능 최고 득점자인 진세연(경기도 이우고 3) 학생의 강연과 EBS 환경·생태 전문 최평순 PD의 특강이 이어졌습니다. 이제 성적 발표의 시간인데요. 채점 결과에 따르면 이번 시험 평균 점수는 69.8점으로 제1회 시험보다 6.8점 높아졌죠. 1등 박강민(경남과학고 3)·오유진(민족사관고 3) 학생, 2등 손지안(경기도 이매중 2)·김주하(경기도 동탄국제고 1)·김형우(경기도 이우고 2) 학생, 3등 김단(경북 영주중 1) 학생에게는 기후장학금이 지급됐어요.

2등을 한 손지안 학생은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십 명의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뿌듯하고 희망을 느꼈고, 앞으로 제 삶이나 우리 사회 전체의 좋은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죠. 한편 소중 학생기자단은 본인 예상보다는 더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요. 51점을 맞은 이재 학생기자와 63점을 맞은 하은 학생기자는 아쉽다며 “내년에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도전할래요”라고 포부를 전했죠.
제2회 기후수학능력시험 출제자 미니 인터뷰
소중 학생기자단이 제2회 기후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한 신경준(숭문중)·정민석(증산중) 교사를 만나 궁금한 점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은: 기후수학능력시험 출제자로 참여하신 계기가 있나요.
민석: 환경에 대해 교육하고 있지만 주로 체험 위주로 하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지, 이번 시험처럼 학생들이 조금 더 긴장감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경험이 없었어요. 그런 기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참여했죠.
이재: 기후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며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요.
민석: 교과서적인 내용을 넘어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 문제들에 대해 좀 더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는 것들, 이런 부분은 좀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경준: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 기억해 줬으면 좋을 이야기 그런 걸 다룬 문제들로 출제했습니다.

이재: 어떤 학생들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와 노력이 필요할까요.
경준: 지금은 100여 명의 친구가 현장에 와 있는데요. 전국에 있는 친구들이 시험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다루는 주제이길 바라고, 온라인으로라도 이런 문항들이 있구나라고 접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모두 시험에 참여했으면 좋겠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의 노력보다 평상시에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깨끗한 공기와 물, 흙,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만나는 우리 모두의 삶이잖아요. 그 혜택을 잊고 사는 건 안 되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기억하고 공부하며 그 내용들이 환경 교과서에 나오면 이런 부분이구나라고 연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은: 기후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받을 영향은 무엇이고, 왜 환경 문제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민석: 문제에 이론적인 내용은 물론 지금 현재 뉴스에 나오고 있는 내용도 담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나의 이야기로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또 환경 문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다 연결된 포괄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환경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면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다양한 환경 문제들을 마주할 거기 때문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거나 공동체로서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하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환경 교육 시간은 어느 정도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경준: 음악·미술 등 우리가 일주일에 1시간 수업 듣는 과목들은 체육대회나 축제가 있으면 수업을 못 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과목인데 몇 주에 한 번 만나면 연계성이 떨어지죠. 최소한 일주일에 2시간은 수업하는 과목들은 그래도 놓치지 않고 매주 만날 수 있는 거라 환경 교육하는 입장에서 중학교 1학년이건 2학년이건 3학년이건 한 학년 정도는 일주일에 2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도 최소 한 학년은 일주일에 2시간 정도는 만나는 게 제 꿈이죠.

이재: 기후위기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크지 않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겪는 사람들도 많은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경준: 혼자 하는 실천은 외롭지만 함께하는 실천은 외롭지 않아요. 주변에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기쁘겠죠. 대중교통 이용하기, 텀블러 쓰기 등 간단한 활동부터 주변에 함께하자고 먼저 얘기해 보세요. 다양한 환경 챌린지에도 동참하고요. 그러면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여러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민석: 기후 우울감이라고 하는 것도 있죠.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뭐 바뀌느냐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바뀌어 오고 있었어요. 기존에 플라스틱이 너무 많았다면 그런 것들이 종이로 바뀌고 있고, 아이스팩은 물을 얼려 바로 배출할 수 있게 바뀌는 등 그런 작은 변화들이 이어지잖아요. 기업들이 그렇게 바뀔 수 있는 이유는 우리 학생들이라든지 시민들과 같은 소비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기 때문이에요. 관심이 중요하고,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사회 시스템이 바뀔 수 있도록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용기도 가져보세요.

동행취재=김이재(서울 아주중 1)·정하은(서울 노원중 1)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환경 교육의 중요성과 그에 맞는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공생(共生)관계입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곧 우리 삶에 대한 관심입니다. 기후수학능력시험을 풀면서 나름 좋은 점수를 기대했지만 역시 시험 결과는 늘 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하기로 다짐도 했죠.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 3회 시험에 꼭 도전해야겠습니다.
-김이재(서울 아주중 1) 학생기자
수능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응용해서 환경 관련 시험을 만든 것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또한 기후수능 출제자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신 우리 사회는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갖는가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것 같아도 변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죠. 저도 환경에 관심을 더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소중 독자 여러분도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키기 위해 다 같이 열심히 해봐요!
-정하은(서울 노원중 1)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