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로또’ 밍크고래, 불법 포획 의심돼도 왜 보호 못 받을까

2024-09-27

5년 새 328마리·연평균 60마리 혼획돼 위탁판매…최고가 1억7730만원

한 어선이 8마리 혼획해 4억 넘게 벌어…“일부는 선박 개조해 불법 포획”

해양생물보호 지정 등 대책 시급…지역민들 반발 우려 등으로 속도 못 내

마리당 최대 1억원 넘게 거래되면서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밍크고래가 국내 연안에서 매년 60마리 가량 혼획(그물에 다른 고기와 섞여 잡히는 것)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획을 빙자한 불법 포획 정황이 짙지만, 불법포획 현장을 적발하거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당국의 해양보호생물 지정 작업은 일부 지역민들의 반발 우려 등 이유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여(2019~2024년 6월)간 국내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는 총 4084마리로 집계됐다.

혼획된 고래 중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은 5종(밍크고래, 까치돌고래, 쇠돌고래, 큰머리돌고래, 긴부리돌고래)은 372마리로, 모두 수협 등을 통해 위탁판매됐다. 거래금액은 총 153억2400만원으로, 마리당 평균 4671만원, 최고가는 1억7730만원에 달했다.

특히 혼획·위판된 고래의 대다수는 밍크고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총 328마리(전체의 86.8%), 연평균 60마리가 혼획·위판됐다. 이 기간 A출하자는 밍크고래를 무려 8번이나 혼획해 4억2369만원의 판매수익을 봤다. A출하자 외에도 5번 이상 위판한 출하자가 3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밍크고래가 혼획된 경우 해경이 불법포획 여부 등을 조사한 후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으면 죽은 고래에 한해 위판이 가능하다.

밍크고래는 마리당 위판가격이 1억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바다의 로또로도 불린다. 지난 14일 강원 양양 앞바다에서 혼획된 밍크고래는 약 8000만원에, 지난 7월 삼척 앞바다에서 혼획된 무게 3t의 밍크고래는 1억1731만원에 각각 위판됐다.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으로 의심되지만, 불법포획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작살 흔적이나 포획 도구 등 증거를 확보해야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선내 CCTV가 없어 혼획과 불법포획 여부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해양경찰서장이 고래 불법포획이 의심될 때 국립수산과학원장에게 고래 유전자에 대한 감식과 감정을 요청할 수 있지만, 최근 5년간 해경이 감식과 감정을 요청한 횟수는 14건에 그친다. 이는 같은 기간 혼획된 고래 총 4084마리의 0.34%에 불과하다.

일부 어선의 경우 고래를 포획하려고 선박을 개조해놓고도 단속에 적발되면 혼획한 것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다.

윤준병 의원은 “의도적으로 포획했거나 혹은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를 인지하고도 구조하지 않고 혼획으로 빙자해 경제적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속 강화와 함께 현 고래 위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래고기로 생계를 꾸려가는 울산 등 지역민들의 반발 우려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려면 국내 연안에서 서식하는 개체수 규모 등을 사전에 파악한 후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지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밍크고래의 해양보호생물 신규 지정을 검토하기 위해 현재 실시하고 있는 해양포유류 조사를 내년에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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