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사라졌다, 알고보니…지지율 2% 만든 '코 성형수술'

2025-05-30

“빈곤에 허덕이는 국민 앞에 대통령은 사치에 빠졌다.”

최근 페루 수도 리마 등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나온 시민들의 분노 섞인 구호다. 디나 볼루아르테(62) 페루 대통령이 성형수술과 고급 시계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CNN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비공식 미용시술과 이른바 ‘롤렉스 게이트’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비운 사실에서 비롯됐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당시 별다른 설명 없이 직무에서 이탈했고, 뒤늦게 코 성형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실은 그의 과거 사진을 활용해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직무 공백을 감추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성형을 집도한 마리오 카바니 성형외과 의사의 폭로로 다시 불붙었다. 카바니는 지난주 한 TV 인터뷰에서 “코 성형, 하안검 수술, 주름 지방이식 등 대부분이 미용 목적이었다”며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시술 중 진정제를 맞고 몇 차례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시술을 받았다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볼루아르테 대통령 측은 폭로를 두고 “사적 문제”라고만 밝혔다.

시민들의 분노를 키운 또 다른 이유는 고급 시계 논란이다. 페루 인터넷 매체 ‘라엔셀로나’는 지난해 “대통령이 최소 14개의 고급 시계를 공식 석상에서 착용했다”며 “이 중 약 1만9000달러(약 26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도 포함됐으며, 관련 시계들은 자산 신고에서 누락됐다”고 밝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처음에는 “직접 구입한 것”이라 주장했으나, 이후 “친분 있는 주지사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결국 현지 경찰과 검찰은 대통령 관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직무유기 및 부패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연이은 스캔들에 시민들의 인내심은 바닥났다. 수도 리마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은 사퇴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민은 20년 넘게 빈민가에서 사목 활동을 한 신임 교황 레오 14세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최근 로마를 방문해 레오 14세와 회담을 갖는 등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나,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페루21’ 의뢰로 지난 8~9일 만 18세 이상 120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면 설문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8%p)에 따르면,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고작 2%였다. 특히 광산 지대가 밀집한 북부지역에선 지지율이 0%로 집계됐다. 이번 여론 조사의 책임자인 기예르모 롤리는 매체에 “30년간 설문조사를 해 왔지만, 이렇게 높은 수준에서 수개월간 불신이 지속된 적은 없었다“며 “역사상 가장 비효율적인 정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페루당 등 야당도 탄핵 절차를 검토 중이며, 조기 대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차기 대선과 의회 선거는 2026년 4월에 치러질 예정이다. 2020년 이후 총리만 12명이 교체될 정도로 정치 혼란이 반복된 페루에서, 또 한 번의 권력 공백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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