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조롱 넘나들며 인기…당사자들은 '불편'
특정 직군과 인물을 패러디하는 이른바 '거울 치료 콘텐츠'가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끌며 탁월한 풍자라는 호평과 불편한 조롱이라는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가장 회자된 'Jamie(제이미)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라는 제목의 영상은 개그우먼 이수지씨가 '대치맘'(대치동 엄마)을 패러디한 내용이다. 지난 4일 게시돼 23일 현재 조회수 620만회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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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쓰며 아이가 '배변 훈련'에 성공했다고 감동하는 등 일부 대치맘의 행동을 비꼬는 내용이다. "저 정도면 개그우먼이 아닌 장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실제로 들어본 멘트여서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다" 등의 댓글도 약 1만5천개 달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치동에서의 교육 경쟁을 재밌게 풍자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은 코미디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씨가 영상에서 입은 특정 브랜드 패딩 점퍼 유행이 사그라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는 4일부터 18일까지 680여건의 이 점퍼 매물이 올라왔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올라온 매물은 270여건에 불과했다.
대치역 일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이씨의 영상이 불편한 듯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였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운다는 오모(40)씨는 연합뉴스에 "영상은 재밌게 봤는데 대치동 학부모를 싸잡아 인신공격하는 댓글들에는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왜 교육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도 함께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튜브에서는 이런 '거울 치료 영상'이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용사와 무속인, 택시 기사 등을 흉내 낸 영상에는 "어제 본 사람과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직군과 계층을 넘어 특정 연예인과 유명인을 과장되게 따라 한 영상도 많다. 이들 영상이 '좌표'를 찍은 유튜버들의 영상에는 "○○○ 영상 보고 왔다"며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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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에는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가 패러디한 것으로 지목된 유튜버가 불쾌감을 드러내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배우 전종서 씨가 연기한 '일본 문화를 즐기는 여자친구'가 몇몇 유튜버들의 특징을 섞어 조롱했다는 것이다.
유튜버 '류스펜나'는 "(프로그램을 보고) 저를 좋아하는 구독자와 지인들, 제가 큰 상처를 받고 있다"며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일반인 유튜버를 괴롭히는 행동이 과연 유명 프로그램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었느냐"고 비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수지씨의 영상은 과장을 섞어 부조리를 비튼 콘텐츠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일반인의 겉모습만 갖고 조롱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패러디한 인물이 강자인지 약자인지가 풍자와 조롱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평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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