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기재부 최악의 세수 추태…IMF‧금융위기 때 보다도 더 심각하다

2025-02-11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23~2024년 정부 세수펑크 규모가 –87.2조원으로 집계됐다. 세수펑크란 연간 세금수입 목표 대비 미달성액을 말한다.

세수펑크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금 수입 동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으며, 정부가 사안을 제때 감지 못하고 대응도 늦으면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세금은 나라가 번 돈의 일부를 필요한 곳에 재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은 돈 벌기 위해 돈을 굴리지만, 정부 지출은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중증외상센터로 비유를 들자면, 산재를 당한 블루컬러 노동자를 죽게 내버려 두면 3천만원 정도로 손 털 수 있다. 이 사람을 치료해 다시 산업현장에 복귀하려면 숙련도는 유지되지만, 그 이상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단기 효율성 측면에서 전자가 우월해 보이지만, 장기 효과성 측면에서 후자가 압도적인데 신병을 죽여가며 계속 밀어 넣는 것보다 베테랑을 최대한 온존하는 게 유지력 온존에 용이하다.

◇ 부러진 세금 동력

나라살림연구소가 11일 공개한 나라살림 브리핑 421호 자료에서는 최근 2년간 국가 살림이 어떤 식으로 위기를 겪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지목한 건 오른쪽 두 번째 칸 국세수입과 괄호 내 전년대비 국세증감률이다.

보통 세금은 물가와 통상규모에 비례해서 증가하기에 공황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꾸준히 우상향하게 되어 있다.

1990~2022년까지 국세수입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유로존 및 신흥국 위기가 있었던 2013년, 미중무역분쟁과 코로나19가 겹쳤던 2019~2020년 딱 5개년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플러스였다.

2013년은 전년대비 감소률이 –0.5%, 2019년은 –0.0%으로 미미했었고, 그나마 –1%를 넘겼던 때는 1998년 –3.0%, 2009년 –1.7%, 2020년 –2.7%가 전부다.

그에 비해 현 정부가 예산을 짠 2023년 –13.1%. 2024년 –2.3%는 너무나 격차가 크다. 특히 2년 연속 합계가 –15.4%. 연 평균 –7.7%에 달했다는 건 한국 기재부 역사상 처음 있는 추태이자 참사다.

혹자는 2021년 국세수입 증가율이 20.5%, 2022년 15.1%로 급격하게 늘어난 데 대한 기저효과라고 호도할 수 있겠으나, 물론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한번 국세수입이 무너졌다가도 몇 년 지나면 빠르게 회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2009년 한번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2010년엔 8.0%, 2011년 8.3%, 2012년 5.5%로 회복했었다.

2013년 마이너스 때는 2014년은 1.8%로 부진했으나, 2015년 6.0%, 2016년 11.3%, 2017년 9.4%, 2018년 10.6%까지 5년간 세수호황을 누렸다. 기저효과도 아니지만, 2019년 –0.0%, 2020년 –2.7% 정도는 2023~2024년과 비견할 거리가 안 된다.

2023~2024년은 러우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 인상이 있었고, 공급망 재편이 이뤄졌다고도 하지만, 외환 위기‧금융 위기‧신흥국 위기‧유로존 위기‧코로나 위기에 비견될 위기였느냐는 점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지목하는 건 부자감세 잔치인데, 이것만큼은 이전 국힘 계열 정부들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점이다.

현 정부는 2023년을 기점으로 국가전략기술 등 연구개발공제와 기업 공돈 주기 공제로 유명한 임시투자세액공제,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다방면으로 감세 주머니를 풀었다.

특히 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은 국가 수지에서 경상 이전 수지가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여기에는 세금 한 푼 제대로 물리지 못했다. 쉽게 말하자면 해외자회사에서 발생한 잉여금에 대해 세금을 못 물렸다는 뜻이다. 이밖에 해외자원개발투자 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대기업들만이 누릴 수 있는 영역에 알게 모르게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세수가 악화하면 최소한 얼마라도 증세했는데, 이 정부만큼은 나라 곳간이 마르든 말든 대규모 상속증여세 감세를 추진함으로써 2년 연속 대규모 감세 정책을 펼치려 했다.

외부가 어려운데 곳간을 줄이려 했으니 당연히 나라에 돈이 있을 리가 없고, 나라에 돈이 없으니 자연 정부 공공영역에 돌아가는 돈이 줄 수밖에 없다.

중증외상센터에 돈을 지원해줘도 모자랄 판에 건물 밖으로 앰뷸런스를 돌리는 부정한 재정정책이 진행된 셈이다.

◇ 메마른 나라 살림

나라살림은 되도록 예산을 잡은 만큼 쓰는 게 원칙이다. 그래야 관련된 민간 경제인들도 이에 맞춰서 사업을 진행한다.

다만, 돈을 쓰다 보면 얼마간의 돈은 다음 연도로 넘기는 불용과 사업 상황에 따라 예상보다 적게 돈 쓰거나 안 쓰게 되는 불용이 생긴다.

예산불용률이 낮다는 건 예산대로 돈을 잘 썼다는 뜻이고, 민간 경제인들이 국가를 믿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예산불용률은 예산현액의 3% 내외인데 세금이 없어서 바싹 씀씀이를 줄인 2014년이 5.5% 정도였고, 2015년 3.2%, 2016년 3.2%로 줄었다.

예산불용률은 2017~2022년에 이르면 2% 내외로 안정됐다.

그런데 현 정부 추경호-최상목 경제팀이 나라살림을 주물럭거린 2023~2024년을 보면 국세수입과 마찬가지로 예산불용률이 2023년 8.7%, 2024년 3.6%로 도로 엉망진창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액도 2년 합쳐서 65.8조나 되는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7년간 예산불용액인 62.5조원보다도 많다. 물가상승률을 3%로 감안해 복리로 계산해보면 거의 10년 치 불용액과 맞먹는다.

국세수입 감소보다 더 치명적인 영역이 이 부분인데, 2% 내외였던 불용률이 3~8%로 솟구치고, 불용규모도 20~40조원대를 오가면 공공영역과 맞닿아 있는, 특히 취약영역은 언제 예산 잘릴지 몰라 사람들이 사업에 나서는 걸 기피하게 된다.

현 정부의 R&D예산삭감으로 연구원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다른 길을 찾고, 중증외상센터 교육예산을 삭감한 것이 유사사례다.

참고로 기재부가 예산안 수립 단계에서 자른 중증외상센터 예산을 살리고자 주무부처(복지부), 정당(국민의 힘을 제외한 민주당 등)이 노력했지만, 기재부는 이걸 자르고 예산안을 올렸다. 국회예산심의에 예산안을 올리는 권한은 기재부가 갖고 있는데, 한번 기재부가 예산안을 올리면 증액심의는 불가능하다.

이런 식을 공공영역 경제 하단에 돈이 돌아가지 않아 중증외상센터를 비롯, 여러 문제가 빈발하자 기재부는 황당하면서도 끔찍한 변명을 내놓았다.

사실상 불용이란 국가 예산 관련 지침 및 규정에 없는 단어인데, 2023년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024년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각각 사용했다.

쉽게 말해 불용이란 예산에서 안 쓴 돈인데, 예산을 굴리다 보니 안 써도 되는 돈이 몇 개 있고, 그러니 그 돈을 빼면 실질적인 불용만 남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사실상 불용의 실체를 보면 가결산 시기를 앞당겨 국세와 연동된 지방지출재원(교부세 등)을 임의로 줄이거나, 정부기금 간 거래를 일괄 내부거래라고 불용이 아닌 불용이라고 돌려버린 게 전부다.

예산은 사후 정산하더라도 때에 맞춰 줘야 할 돈은 줘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엄격하게 구분할 거면, 근로자 연말정산도 과잉징수로 인한 정부의 부당한 사후처리라고 보아 법정 지연이자를 물려서 환급해야 한다.

정부기금 간 거래도 단순 내부거래라고 치부할 수 없는데, 같은 집에서 사는 형제 자매간이라도 빌려준 돈은 정상이자율 적용해 갚는 게 도리이자 원칙인데 어차피 동일세대니 그 돈이 그 돈이라고 퉁치는 것과 같다.

특히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빌린 돈은 명분도 부족하다. 외국환평형기금은 환율이 점점 상승하는 2023~2024년 구간에서 함부로 써서는 안 됐다. 그런데 정부는 세금이 부족하다고 중간에 공자기금을 걸쳐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돈을 꿔다 썼는데 돈 모자르면 어차피 돈을 꿔다 써야 하고 그러라고 국채가 있다. 그런데 굳이 불난 동생집(외국환평형기금)에서 돈 빌려다가 큰 집(중앙정부)에서 쓰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애초에 사실상 불용이란 말 자체가 정부 예산 용어에 없는 단어이고, 그걸 집계하는 것도 원칙에도 없는 건데 그런 식으로 불용액을 집계하는 나라도 없을뿐더러 국내도 과거 그렇게 집계한 바가 없다. 말장난은 원칙이 아니다.

◇ 해법은 '원칙대로만 하면'

2023~2024년 재정 참사 대응법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세금 수입이 감소하면 빨리 감소분을 추정해 부족한 만큼 국채를 발행하여 예정된 예산 지출을 치르는 것이다.

그러려면 주기적으로 경제상황과 세금 수입 추이를 추계하면 되는데, 재무관리에서는 롤링 전망(rolling forecast)을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연간 추정치를 정해서 목표를 세우되 두루마기 돌리듯 달 내지 분기별로 들어오는 외부 환경과 현금 추이에 맞춰 돈이 더 들어올지 덜 들어올지 꾸준히 조정하는 작업이다.

또한, 예산안에 적힌 돈은 기존대로 사후 정산하되 당해년도 내에선 원칙대로 최대한 지급하여 정부 지출 영역에서 움직이는 경제주체들이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게 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수년 전에도 이러한 방법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수용한 바 없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예측은 실패할 수 있지만, 대응에서 실패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한번 예산안을 제출했다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경기 예측과 감세 효과를 세입에 반영해 세수추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당해년도 내 교부금 임의 감액은 법적 근거가 없다”라며 “당해연도에 깎고자 한다면 중앙정부는 국회 감액경정 추경안을 통해 허용받아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합의한 예산안대로 교부세(금) 등을 지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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