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미군부대 출입하는 한국인 대상 경찰에 신원조회 요청
당사자들 정보 제공된 것 몰라···경찰청 사전·사후 고지 없이 진행
한국주둔 미군부대 내 근로자 수놓고 볼 때 수천 여 명에 달할 듯
경찰청 “보안업무 규정, 당사자에게 통보 안 하고 규모 공개 못 해"

“내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는 알려줘야”
경찰청이 주한미군에 우리나라 국민의 신원조회(범죄경력 및 수사경력)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넘겨줘 적법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경찰청 규정 또는 한·미 소파(SOFA) 협정에 담겨있는지, 아니면 경찰이 ‘개인정보 보호법’과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을 위반한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주한 미군부대를 출입하는 근로자들에 따르면 최근 군산에 주둔하는 미 공군은 군산비행장을 출입하는 모든 한국인에 대해 수년 전 범죄 및 수사 경력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20여 년 전 적발된 음주 운전까지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부대 출입증 재발급을 위한 절차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미군 측이 한국인에 대한 신원조회 정보를 입수한 경위가 합법적인지 여부다.
전북일보 취재 결과 주한미군사령부는 전국에 산재한 미군 부대를 업무상 출입하는 출입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경찰청에 신원조회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군의 요청에 경찰청이 넘겨준 정보는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 부대 내 근로자 수를 놓고 볼 때 수천 명(경찰청·주한미군 공개 거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작 신원조회를 당한 본인은 경찰이 신원조회를 한 것과 조회 결과를 미군에 넘겨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경찰청은 자국민의 신원조회 정보를 미군에게 제공하고, 이러한 사실을 대상자들에게 사전고지는 물론 사후고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1월 1일부터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실효된 형을 포함한 범죄경력 및 수사경력 조회를 할 때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실효된 형의 조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출입증 발급을 위한 신원조회 시에도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주한미군을 출입하는 A씨는 “미군 측에서 수십 년 전 벌어진 일까지 해명을 요구하는 데, 경찰은 사전에 내 정보를 미군에 제공한다고 알려주거나 제공 후 정보 제공 이유에 대해 고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군부대 내 근로자 B씨는 “미군 부대 내 군무원이나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일용직 근로자까지 신상 털기를 한 것”이라며 “내 개인정보가 미군을 통해 어느 곳으로 유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이는 심각한 범죄행위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안보 등의 목적으로 신원조회 의뢰가 들어오면 행정 절차 및 규정(대통령령으로 된 국정원 보안 업무 규정에 따른 위탁)에 따라 신원조사를 하고, 범죄경력이 포함된 조사 자료를 통보(미군에)한다”며 “군부대 등에서 위험 요인이 있는지 경찰청으로 의뢰를 하는 것이고, 미군 부대 등 국가적 안보와 관련된 부분 등에 대해 진행된다. 따로 신원 조회자에게 통보하지는 않고, 신원 조회자 규모 등은 공유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