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K열풍 미래는 있을까

2025-01-23

하루에도 만감이 교차한다. K팝·K푸드·K인문학 등 K열풍에 어깨가 으쓱해졌다가, 빅테크를 등에 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행보에 초라한 한국의 위치를 느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바로 다음 날인 21일(현지시간), 주요 기업들과 함께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올 해 한 해 예산이 673조원이다. 데이터센터를 증축하고 AI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붙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당일 AI 관련 규제도 대거 폐지했다.

'과연 스케일이 다르네'라는 정도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 CEO의 지적처럼 그만한 돈이 없어 실현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미국의 대통령이 위대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발표한 정책이 미래를 위한 AI 인프라 투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한 나라를 운영할 정도의 예산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와 무슨 차이가 있는 지 살펴보자. 미국 내 심각한 갈등, 총기까지 동원하는 폭력 등을 생각하면 미국이라고 결코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경제와 투자를 앞세워 시국을 타개하고자 했다.

우리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정치가 경제까지 삼켜버리고 있다. 기업을 때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정의 실현의 길은 아닐 것이다.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한국에 투자를 강화하도록 기업을 독려해야 하지만 정 반대의 길로 간다. 미국이 AI와 플랫폼 규제를 모두 철폐한 사이, 우리 정치권은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 규제 도입에 여념이 없다. 네이버·카카오에 내란 선동죄를 묻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자영업자를 위한다며 배달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시장이 해야 할 역할에 자꾸 정치가 끼어든다.

외국인들이 아파트를 부르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는 모습에 취한 것일까. 최근 글로벌 K열풍이 만능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산업과 기술은 투자 없이 미래가 없다. 철옹성 같았던 삼성전자 반도체가 흔들리는 것도 한 순간이었다.

K플랫폼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리해지고 국민이 가치를 누린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 플랫폼에 잠식당한 유럽과 우리가 다른 점이다. 대한민국 성장을 견인하고 우리를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했던 산업과 기업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리없이 국경을 넘는 AI 시대에 우리가 우리만의 문화와 역사를 지키고 향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닌 '분쟁지역'으로 표현하는 AI 답변을 듣고 자라는 미래를 만들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정치인들이 앞다퉈 기업과 손잡고 거대 AI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