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랑블루’ ‘레옹’ 등 OST 작곡한
영화음악 거장, 수상 기념 콘서트
재즈·퓨전 밴드 ‘RXRA’와 내한
음악으로 영화의 순간들을 재연
“내년 대표곡 연주 월드 투어 구상
제천에서의 경험 잊을 수 없을 것”
RXRA 그룹의 연주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악기가 하나씩 쌓이며 사운드를 채우는데도 광활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눈앞이 바다로 느껴진 건, 조명이 파래서만은 아니었다. 뤼크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1988)의 음악 ‘The Big Blue(Overture)’는 본디 바다를 담은 노래다. 이를 작곡한 프랑스 거장 음악감독 에릭 세라(66)가 이끄는 6인조 RXRA 그룹은 영화 속 지중해를 무대에 펼쳐냈다.
세라 감독은 지난 4일 개막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제천음악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를 맞아 처음 내한한 그는 6일 충북 제천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특별 콘서트를 열었다. 색소폰·키보드·기타·퍼커션·드럼이 정중앙의 베이스 연주자 세라 감독을 둘러쌌다.
그가 “한국어 발음으로도 ‘레옹’이라고 하나요. 네, <레옹>(1994)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느리게 비극적이다가 긴박하게, 또 끝에는 애도하듯 연주하는 밴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영화 같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서브웨이>(1985), <니키타>(1990), <007 골든아이>(1995)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등으로 채운 90여분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하루 앞둔 5일 만난 세라 감독은 “영화 음악으로 지구 반대편 나라에 연결된다는 것이 기쁘고, 제 음악을 알고 좋아해주는 분들을 만나는 건 무한한 영광”이라며 “제천에서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섯 살에 아버지가 선물해준 기타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영국 록밴드 딥퍼플의 음반을 반복해 들으며 테크닉을 연마했다. 기타·베이스 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 다지던 열여덟 살, 동갑내기 영화 조감독 뤼크 베송을 만났다. 단편영화를 준비하던 베송 감독은 그에게 영화를 위한 곡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난 작곡가가 아니고 연주자다”라고 말했지만 계속된 요청에 승낙했다. 세라 감독은 “제 재능을 발견한 것도 어쩌면 베송이 먼저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레옹> <니키타> <제5원소> 등 40년간 10여편의 영화 작업을 함께한 베송·세라 콤비는 그렇게 시작했다. 세라 감독은 배우 장 르노도 언급하며 “우린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었다. 시작과 성공을 함께 지나왔기에 형제와도 같은 강한 연결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세라 감독은 영화 촬영본을 직접 보고 음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미지가 말하는 게 있다. 그로부터 받은 영감에서 작곡은 시작된다”고 했다. 베송 감독은 그가 음악을 들려주면,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는 편이란다. 세라 감독은 “베송과의 합은 아주 작은 확률의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함께 내한한 재즈·퓨전 밴드 ‘RXRA(알파벳만 불어로 읽으면 ‘에릭 세라’라는 발음이 된다) 그룹’은 프랑스 재즈신 최고의 음악가들로 구성됐다. <그랑블루> 30주년을 맞아 2018년부터 OST를 영화에 맞춰 그대로 밴드로 구현하는 시네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최근의 그는 솔로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올해 말을 목표로 우주 자체가 아닌, 우주비행사가 느끼는 감정과 상태를 주제로 앨범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가제는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변형한
세라 감독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투어하고 싶다. 제가 한국에 충분히 알려져서 공연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하는데,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