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1994년 개봉한 영화 <쇼생크 탈출>을 오랜만에 다시 봤다. 세월이 하수상하여 TV나 유튜브를 보면 죄다 살벌하고 우울한 얘기들뿐이었는데, 우연히 죄수들이 ‘지붕위에서 한가로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 리모컨이 멈췄고 수십 번 본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쇼생크 탈출>은 1940년대를 배경으로 부유한 은행 부지점장 앤디 듀프레인이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쇼생크라는 이름의 교도소에 갇히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렸다. 앤디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흑인 레드와 동료 죄수들과 여러 일을 겪는다. 처음에 앤디는 다른 죄수들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심지어 강간을 당할 위기를 겪지만 이내 자신이 은행 부지점장으로 연마한 회계실력으로 교도관들에게 환심을 사고 교도소 내에 도서관을 건립하며 차차 교도소 생활에 적응한다.
수십 년이 지나면서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던 앤디도 교도소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앤디는 익숙함에 머물지 않고 탈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한다. 탈옥에 성공한 앤디가 양팔을 벌리고 어둠 속 비를 맞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그리고 가석방으로 나간 친구 레드를 멕시코 바닷가에서 만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에는 수많은 명대사가 있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희망은 좋은 것입니다. 아마도 제일 좋은 것 일지도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라는 대사다. 영화가 은유하는 희망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교도소에서도 빛을 발한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은 힘이 세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불과 100여년전만 하더라도 저물어가는 봉건제 국가였고, 제국주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였다. 모든 국가적 역량을 ‘리셋’시키는 큰 전쟁도 겪었다. 수 십년간 독재정권이 통치했다. 그러나 21세기가 지난 현재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민주주의 선진국이 되었다. 문화는 어떨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처럼 ‘자동차도 잘 만들고, 배도 잘 만들고, 휴대전화도 잘 만들고, 영화도 잘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가 주목한다. 해외여행을 다녀보면 피부로 느껴진다.
영국 명문 축구단 리버풀FC의 감독 빌 샹클리는 말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잠시 곤란을 겪겠지만 결국 뛰어난 실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폐업을 하고, 환율은 연신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그러나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겪는 어려움은 일시적일 뿐이다. 그가 고릿적 계엄을 소환하여 친위 쿠데타를 하였든, 전근대사회에서나 볼 법한 무속 정치를 하였든, 우리 국민의 클래스는 바래지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속에서 우리의 클래스는 빛을 발할 것이다.
잠시 어둠 속을 통과하고 있지만 과거로 되돌릴 정도의 위기는 아니다. 계엄 후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국회의원들 덕분에 6시간 만에 해제된 계엄, 국회를 둘러싸고 응원했던 사람들, 응원봉을 들고 발랄한 시위를 한 무명의 사람들, 따뜻한 차와 간식을 준비한 사람들,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위대한 행동들을 보면서 여전히 희망은 좋은 것이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부디 2025년은 비정상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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