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현상금 145억' 테러리스트…백악관 가는 첫 시리아 수장 [후후월드]

2025-11-08

“역사상 처음.”

오는 1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과 시리아 수장의 첫 백악관 회동에 대해 외신들의 기대섞인 보도다. 시리아 고위 관료의 백악관 방문은 1999년 12월 파루크 알샤라 당시 외무장관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백악관 회동이 성사된다면, 양국이 14년 내전과 단절을 거쳐 재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아메드 알샤라(43) 시리아 임시 대통령의 행보로 기록된다.

1982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태어난 알샤라는 본명보다 참전사 명칭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라고 불렸다. 시리아 내전 중 그는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던 IS의 전신 ‘알카에다’의 연계조직 ‘알누스라 전선’을 이끌다 2016~17년 알카에다와 거리를 두고 추후 반군 세력의 중심이 되는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으로 재편했다. 이후 북서부 행정과 치안을 장악하며 2024년 말 53년의 알아사드 정권 붕괴를 주도했다. 그리곤 올해 1월 과도정부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뒤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등 대외 복원에 힘쓰는 중이다. 한국과는 4월 정식 수교를 맺었다.

하지만 알샤라는 처음부터 대외적인 ‘온건파’는 아니었다. 이슬람 율법을 강제하고 무장 지도자였던 그는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 직전 알카에다에 합류해 반미 무장투쟁을 벌였다가 2006년 미군에 체포돼 수년간 수용소에 갇힌 이력이 있다. 2013년엔 테러를 배후 조종한 혐의로 미국의 글로벌 테러리스트 명단까지 올랐다. 당시 미국 국무부가 그의 목에 건 현상금만 1000만 달러(약 145억원)였다고 한다(현상금은 2024년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미국이 철회했다).

친이란 성향 전정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한 걸까. 2017년 그는 HTS 재편으로 그만의 통치 지역을 건립한 뒤 온건파의 공개 행보로 전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소수자 보호”와 “다원주의”를 강조하며, 기독교 지도자들과 회동해 종교 자유를 약속했다. 지역을 통치하게 된 지도자격인 알샤라가 알카에다·IS와 선 긋기, 지역 운영 강화, 대외관계 정상화를 통해 ‘시리아 내부통치’ 중심의 실용 노선을 내세웠다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 다만 그가 통치했던 북서부 지역 중 특히 이들리브에서 고문과 언론탄압이 지속됐다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나오면서 ‘무장 통치자’란 이미지가 여전히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렇기에 10일로 예정된 그의 워싱턴 방문은 시리아가 국제 금융과 외교의 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중요한 첫 관문이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중동 순방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대면한 알사랴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단 약속을 받아내며 성공적인 외교 무대로 향하는 수순이다.

이번 회동에서 실무 의제의 핵심은 두 가지로 예측된다. 시리아의 미국 주도 이슬람국가(ISIS) 퇴치 연합군 공식 참여와 ‘시저법(Caesar Act)’으로 불리는 대시리아 제재의 해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동을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특사인 톰 배럭은 “트럼프 행정부는 시저법의 완전한 폐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19년 발효된 이 법은 내전 중 반체제 인사 고문·처형 사진을 폭로한 군 내부고발자 ‘시저’의 명칭을 따르며 에너지·건설·금융 부문을 압박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알샤라와의 회담을 앞두고 시저법 철회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행정명령으로 제재를 한시 정지했으나, 투자 안정성을 위해 ‘완전한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제재 해제는 미국 기업과 역내 국가들이 시리아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조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상원 역시 이미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하원도 국방수권법(NDAA)에 관련 조항을 병합 논의 중이다. 다만 의회 일각에선 알샤라의 과거 급진 이력과 강경파의 폭력 행위를 우려하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는 유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가 제출한 알샤라와 아나스 카타브 시리아 내무장관에 대한 유엔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지난 6일 채택됐다. 이로써 알샤라에 대한 여행 금지, 자산 동결, 무기 금수 조치 등 제재가 해제되면서 마음껏 국제 외교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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