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변수 속 이스라엘·이란 보복전 일단 멈추나…"불씨 여전"

2024-10-27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전투기와 무인기(드론) 100여 대를 동원해 이란 수도 테헤란 등의 군사시설 20곳을 공격했다. ‘회개의 날(Days of Repentance)’이라 명명된 작전은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200여 발을 발사한 지 25일 만에 단행됐다.

당초 우려와 달리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정유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만 공습했고, 표적도 제3국을 통해 이란에 사전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절제된 타격’에 이란도 당장 맞보복을 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확전 우려는 사그라 들었지만, 열흘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2시경부터 약 4시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테헤란과 후제스탄, 일람 등 3개 지역을 공습했다. 1차 공격에선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과 테헤란 외곽 군사기지 등에 설치된 S-300 방공 시스템을 겨냥했다. 2·3차 공격에선 탄도미사일 연료 및 드론 제조공장을 파괴했다.

이스라엘, 이란·미국에 미리 공격 알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일단 마무리되면서 당장 확전의 큰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이 군사 시설만 제한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란과 미국엔 공격 전에 관련 계획도 알렸다.

미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공격에 앞서 네덜란드 외무장관 등을 통해 이란 측에 공격 대상을 분명히 알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공격 6시간 전 미국에 관련 계획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란은 이스라엘을 두 차례 공격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며 보복공격을 완료했고 이란이 대응하지 않으면 추가 공격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도 즉각적인 보복은 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은 자국의 영토보전 침해에 맞서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군 총참모부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군인 4명이 숨졌다고 전하면서도 “방공시스템이 공격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대응했다”며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고 보복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와 같은 강경한 표현도 자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반응은 자신들이 곧바로 재보복하지 않을 것을 알린 것”이라며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약속대련' 배경은 미국 대선

일각에서 ‘약속대련’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양국이 절제된 행동을 보인 배경엔 ‘미국 대선’ 변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묵인 아래 이란의 군사시설만 공격한 건 초박빙인 미 대선 향방을 고려했을 수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은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이란 핵시설 타격 등은 차기 미 정부와의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단은 확전을 막으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을 수용했다는 얘기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WSJ에 “이스라엘이 군사 목표물로 공격을 제한한 건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라는 미국의 조언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NYT에 “이란으로선 불확실한 미 대선에 앞서 갈등 고조를 피하고 외교적 접근으로 기회를 얻으려는 전략적 게임을 해야 한다”며 “군사적 약점을 외교적 기회로 바꾸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란은 이번 공습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여전한 확전 불씨…트럼프 당선 변수

그럼에도 확전의 불씨가 여전히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反)이스라엘 연대 세력 ‘저항의 축’의 핵심인 헤즈볼라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세에 와해될 위기에 내몰렸다. 이런 와중에 저항의 축 맹주인 이란이 '전략적 인내'만 지속한다면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더구나 이란은 이번 공격으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30여년 만에 외국 전투기에 자국 영토를 공격 당했다. 이란 내 강경파가 이런 굴욕을 참지 않을 수도 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전격적 보복공격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군사력이 약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로이터와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테헤란 동남쪽 외곽에 있는 파르친 군사시설과 인근 코지르 군사시설을 공격해 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초정밀 제조 장비 12개 등을 파괴됐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연료 생산 능력 복원에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라며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을 상대로 한 이란의 무기 지원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 주장대로 이란 방공망 타격이 크다면 향후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더 광범위해질 수 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스라엘이 언제라도 이란을 타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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