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전세금 못 돌려받았다”는 세입자들이 법원으로 몰리고 있다. 대법원이 발표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1심 민사본안 가운데 ‘임대차 보증금’ 사건 접수는 2019년 5,703건에서 2023년 7,789건으로 5년 새 3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민사본안 사건에서 임대차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13%에서 2023년 2.76%로 높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022년 3,720건에서 2023년 7,789건으로 1년 만에 109.4% 급증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깡통·역전세 여파 속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참고 버티기” 대신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금반환소송은 더 이상 특수한 분쟁이 아니라 평범한 세입자가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소송이 됐다”며 “임대인이 ‘나중에 주겠다’며 시간을 끌 때 세입자가 소송을 미루면 자발적으로 회수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2019년 5,703건이던 전세금반환소송이 2023년 7,789건까지 치솟았다는 건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통념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신호”라며 “집값 하락과 역전세, 전세사기까지 겹치면서 선의의 세입자들이 구조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세보증금 반환 리스크는 법원 통계뿐 아니라 보증사고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사고액은 2021년 5,790억 원에서 2022년 1조 1,726억 원, 2023년 4조 3,347억 원, 2024년 4조 4,896억 원으로 불어났다. 전세금을 떼이는 규모 자체가 ‘조(兆) 단위’로 굳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엄 변호사는 “보증사고액이 조 단위로 유지된다는 건, 소송을 하지 않고 포기한 전세금까지 합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통계보다 훨씬 크다는 뜻”이라며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알아서 보증금을 반환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지만, 정작 집주인은 미온적인 태도이거나 잠적 회피하는 상황을 현장에서 수없이 본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현장에서 전세금반환소송건을 400건 이상 수행한 부동산·민사 전문변호사다. 그는 “전세사기 이슈가 터진 이후 상담을 와서 ‘집주인이 힘들다는데 소송까지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세입자들이 종종 있다”며 “하지만 전세금은 세입자의 전 재산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법적으로는 정당한 채권 행사일 뿐 죄송해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송을 두려워하는 사이에 등기부등본에 근저당이 하나씩 늘어나면, 신규세입자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결국은 소송 외에는 답이 없게 된다”며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적시에 진행하는 전세금반환청구소송·집행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반환소송 이후에도 경매로 연결되고, 채권집행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며 “전세금반환소송의 핵심은 ‘판결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집행 단계로 들어가 실제 현금 회수까지 이어가는 실행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이후에는 금융자산이 확인되는 사건은 계좌 압류·추심을 통해 단기간에 회수하는 전략이 유리하고, 부동산이 사실상 유일한 자산인 경우에는 경매를 통해 확실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소송은 선언이고, 집행은 현금화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언제 소송하느냐’가 전세금 방어선의 기준선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세금반환소송을 ‘배려’ 차원에서 미루는 세입자들이 있는데, 지금의 통계는 그런 미루기가 결국 피해를 키운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세입자는 더 이상 참지 말고, 법적으로 권리행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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