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임명 동의안 표결 뒷얘기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25-07-24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원 264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가(可) 206표, 부(否) 49표, 기권 9표가 나왔다. 의원 206명이 찬성한 것은 헌재 역사상 2017년 이진성 소장(254명), 1994년 김용준 소장(233명)에 이어 세 번쨰로 많은 숫자다. 그런데 반대한 의원이 49명에 이른 것도 2013년 박한철 소장(97명), 2023년 이종석 소장(61명)에 이어 역시 세 번째로 많다. 여야 간에 의견차가 극심했고 김 소장 개인에 대한 호불호 또한 극명하게 엇갈렸음을 보여주는 투표 결과라고 하겠다.

헌법상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보수 정부 집권기에는 보수 성향 법조인이, 진보 정부 집권기에는 진보 성향 법조인이 소장에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소장 후보자의 성향과 상관없이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반발심으로 임명 동의안 처리에 제동을 걸곤 한다. 2000년 윤영철 소장의 경우 임명 동의안이 가 125표, 부 10표, 무효 2표로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었다. 우리 국회의원 정원을 감안하면 야당 의원 태반이 표결에 불참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국회가 여소야대이던 2017년에는 김이수 소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가 145표, 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부결되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표결에서 반대표가 부쩍 늘어난 것은 2013년 박한철 소장 때부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박 후보자에 야당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역대 소장 거의 대부분이 전직 판사인 가운데 박 후보자는 최초의 검사 출신이란 점도 야당을 자극했다. 이명박(MB)정부 시절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대구지검장을 지낸 박 후보자는 역시 MB가 대통령이던 2011년 대통령 몫 재판관으로 헌재에 입성했다. 그나마 국회가 여대야소라서 의원 168명의 찬성으로 임명 동의안이 가결되기는 했으나, 무려 97명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헌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표차로 국회 임명 동의를 받은 이는 2017년 이진성 소장이다. 총 276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해 가 254표, 부 18표, 기권 1표, 무효 3표가 나왔다. 찬성률이 90%를 넘겼으니 참으로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 후보자가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라 의원들이 승복한 결과일까. 비결은 그의 짧은 임기에 있었던 듯하다. 2012년 9월 재판관으로 취임해 이미 5년 2개월가량 일한 이 후보자는 소장이 되더라도 고작 10개월 재직하면 6년 임기가 끝나 물러날 처지였다. ‘어차피 소장으로서 큰 역할을 하거나 족적을 남길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여야 구분 없이 그에게 몰표를 던진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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