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대응에 한국노총 활용하고선 “실수”라는 SPC, 재판부 “부적절해”

2024-10-16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탈퇴 종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SPC그룹 측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국노총 명의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문을 내게 한 것은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부적절한 답변”이라고 질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승우)는 16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를 탈퇴할 것을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등 피고인 19명에 대한 12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구속기소된 백모 홍보 전무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대 신문이 이어졌다.

이날 재판에서도 2021년 6월 경향신문이 ‘SPC그룹 내 한국노총 소속의 전직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폭로로 사측의 노조 탈퇴 종용 문제’를 다룬 단독보도에 대한 회사 대응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해당 보도 이후 SPC 커뮤니케이션실은 대응자료를 만들고 후속보도 대응에 나섰다. 그 방법 중 하나는 피비파트너즈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식품산업노련을 앞세워 마치 한국노총의 주장인 것처럼 파리바게뜨지회와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백 전무는 박갑용 식품산업노련 위원장 명의로 경향신문 보도에 유감을 표하고 ‘사실무근’이라는 회사의 주장이 담긴 취지의 입장문을 작성해 발표하도록 했다. 이 입장문은 SPC 커뮤니케이션실에서 당사자에 묻지도 않고 추측해서 적은 것이었다. 백 전무는 이런 작업이 “균형있는 보도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언론에 배포한 한국노총 식품노련의 입장은 SPC 커뮤니케이션실이 추측해 작성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백 전무는 “네”라고 답하며 “큰 실수인 거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실수라는 단어가 부적절하다”며 “홍보담당자가 당연히 확인을 해야지, 실수로 안 했다는 건 업무 프로토콜(체계)에서 있을 수 없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백 전무는 “실수가 아니면, 제가 의도로 했다면 그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백 전무는 사측의 ‘노조 탈퇴 종용’ 문제, 잡음이 일었던 사회적 합의 이행 등을 지적한 언론보도와 관련한 대응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 했다.

SPC의 부당노동행위 사건 재판에선 백 전무가 SPC 커뮤니케이션실에 ‘노-노 갈등’ 유도가 가능한지를 논의하고, 황 대표이사에게는 “민(주)노(총) 고립전략을 최후의 선택으로 준비해두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노조 탄압 작업을 벌인 정황이 나온 바 있다. 또 수사과정에서 현직 경찰로부터 수사상황과 대응전략까지 전달받고 예행연습을 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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