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와 사진 그리고

2025-02-27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소설의 제목처럼 격변기의 두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영국의 런던과 프랑스의 파리. 영국에는 ‘턱이 큰 왕’ 조지 3세와 ‘평범한 얼굴의 왕비’ 샬럿 소피아가 왕좌에 앉았고, 프랑스에도 ‘턱이 큰 왕’ 루이 16세가 살았다. 하지만 프랑스의 왕비는 아름다웠다. 다이아몬드 목걸이 스캔들에 휘말렸던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의 목은 콩코드 광장에 설치된 기요틴의 육중한 칼날에 잘려 나갔다.

작가는 <프랑스 혁명사>에서 토머스 칼라일이 보여준 “철학에 뭔가를 더 보태기를” 바라면서 소설을 썼다. 서술의 방법은 몽타주. 제 각기 흘러가는 두 도시의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전개는 읽는 맛을 지속시킨다. 편집의 방법으로 영화에서 자주 쓰이며 사진에도 활용된다.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요세프 슐츠 & 파올로 벤투라 《A Tale of Two Cities》’ 전시의 구성도 마찬가지다.

독일 사진가 요세프 슐츠와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벤투라는 ‘도시와 건축’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아냈다. 요세프 슐츠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는 건축물 사진에서 간판과 창문, 문자 같은 세부의 요소를 디지털로 제거한다. 남는 것은 색과 형태의 순수한 기하학적 구조물인데, 우리는 평소 보던 건축물과는 차원이 다른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2020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를 깊이 탐구한 파올로 벤투라가 사용하는 방식은 디지털이 아니라 회화다. 그는 작은 붓과 몇 가지 색의 물감으로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덧칠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치 막이 오르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 정적인 무대 세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요세프 슐츠와 파올로 벤투라의 두 도시 이야기는 방식은 달라도 지향점은 비슷하다. 작가가 원하지 않는 사진의 내용물을 어떻게든 제거하거나 변형하는 것. 카메라의 기계적인 속성으로 인한 표현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작가의 몸부림일 것이다. 전시는 오는 8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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