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협상을 놓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며 강대강 대치를 벌여온 미국과 이란이 한자리에 앉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협상 진행 방식에 대해 양국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막판까지 물밑 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직접 대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후 기자들에게 “오는 토요일(12일)부터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란과의 대화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매우 중요한 회의를 할 예정이며, 직접 협상을 하고 있다”며 “아마 거래가 이뤄질 것이며, 대단한 거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워싱턴과 테헤란의 대화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도 대화가 예정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진행 방식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에 “이란과 미국은 오는 토요일 오만에서 고위층 간접 협상 회담을 위해 만나기로 했다”며 “시험이자 기회다.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적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이후 이란은 줄곧 간접 대화 방식을 고수해왔다. 양측이 협상 의제를 직접 교섭하는 방식과 달리 간접 대화는 중재국을 두고 양측의 입장을 전달하며 조건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이란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해왔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이란의 수세적 입장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간접 대화가 협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점, 미국을 적대시하는 이란 내부의 강경파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행의 암초는 산재해있다. 미국은 ‘협상 아니면 폭격’식의 압박을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회담이 실패한다면 이란은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고, 회담이 성공하지 않는다면 이란에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하지 않으면 폭격이 있을 것”이라며 중동 지역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는 등 압박 수위를 그간 계속 높여왔다.
이날 양국이 공통으로 ‘고위급(high level)’이 협상에 참여한다는 점을 언급한 점도 관전 포인트다. 중동 전문 매체 암와즈미디어는 이날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이란 측에서는 아락치 외무장관이 각각 협상 팀을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만 측에서는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이 중재자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은 2015년 JCPOA 타결 과정에서도 중재국으로 결정적 역할을 한 나라다. 지난해까지 미국과 이란 사이에 진행돼온 비밀협상인 이른바 ‘무스카트(오만 수도) 프로젝트’가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2015년 JCPOA 당시에는 존 케리 당시 미국 국무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당시 이란 외무장관이 협상을 주도했다.